[BOOK 깊이 읽기] 프랑스를 손에 넣은 '애첩 퐁파두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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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권력과 욕망
마거릿 크로스랜드 지음
이상춘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288쪽, 1만2500원

프랑스 판 '장희빈'이라 할 마담 드 퐁파두르의 전기(傳記)이다. 둘다 평민으로 왕의 애첩 자리를 차지한 뒤 원없이 권력을 휘두른 공통점이 있다. 퐁파두르는 19년 간이나 '군림'하면서 디드로의 유명한 백과전서 출간을 돕는 등 문화 후원자로도 문화사에 이름을 남겼고, 끝까지 왕의 총애를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르다면 다르다.

9살 때 점성가에게 왕의 애첩이 될 것이란 예언을 들은 잔 앙투아네트는 모친에 의해 철저히 '왕을 위해 준비된 여자'로 길러진다. 음악과 연극에 대한 조예를 쌓고 다양한 책 읽기로 당시 유행하던 지식층 따라잡기에 노력한다. 사교계 진출 후 계산된 결혼으로 귀족 신분을 따고는 드디어 왕의 정부 자리에 오르는 과정이 TV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스스로 '퐁파두르를 상납해야 한다'는 소문을 퍼뜨릴 정도로 지혜와 야심을 갖췄던 이 여인은 단순한 '고급 매춘부'가 아니었단다. 7년 전쟁을 막후에서 조종하고 지금도 남아있는 프랑스 사관학교 건설도 주도하는 등 루이 15세와 권력을 '공유'했다. 보석 세공에 취미를 붙여 로코코 양식의 확립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예술문화에도 흔적을 남겼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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