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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대 철도 독점 납품업체, 감사관 유착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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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철피아(철도 마피아)’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후곤)는 독일 보슬로사의 레일체결장치(레일패드)를 수입·납품하는 AVT와 감사원 서기관급 기술직 A감사관의 유착관계를 캐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감사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A감사관이 사업상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AVT 측으로부터 금품 등을 수수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A감사관은 지난 1월 감사원 자체 조사에서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고 출신인 그는 1990년대 말 AVT의 철도시설공단 납품 관련 비위를 감사하면서 AVT 대표 이모씨와 인연을 맺은 뒤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검찰은 또 AVT가 호남고속철도 등 국내 여러 철도공사 현장에 독점 납품하게 된 경위를 수사 중이다. 독점 납품의 근거가 된 감사원의 레일패드 감사 결과에 문제가 있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감사원은 2006~2012년 세 차례 경부고속철도 2단계(2010년 완공)에 부설된 레일패드에 대한 감사를 했다. 감사 결과 영국 P사의 레일패드가 조건 미달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P사는 AVT와 레일패드 납품을 놓고 경쟁을 벌여 온 업체다. 당시 감사원은 “경부고속철도에 부설된 P사 레일패드의 ‘정적스프링계수’(탄력성을 나타내는 수치)가 하자 기준인 25%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킨 이 감사 결과는 올해 초 국토해양부에 의해 잘못된 것으로 결론 났다.

 감사 당시 발주처인 철도시설공단은 국제 기준, 자재구매 계약조건,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 등에 비춰 감사원의 지적에 근거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본지가 입수한 공단 내부 답변자료엔 “감사원의 기준대로라면 국내 납품된 어느 레일패드도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런 공단의 입장은 김광재 전 이사장 취임 이후인 2012년 정반대로 바뀌었다. 공단은 감사원의 지적을 전격 수용해 P사의 레일패드 전량 교체를 시공사 등에 지시했다. 공단은 또 2012년 8월 시공사와 설계회사 등에 공문을 보내 호남고속철 사업에서 P사 제품을 쓰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 결과 경쟁사인 AVT가 레일패드 납품을 독점하게 됐다.

 또 당시 P사에 불리한 감사를 주도한 인물이 AVT와 특수관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메트로에서 파견돼 감사를 맡았던 5급 직원 B씨(44)는 AVT가 납품하는 보슬로 제품에 특화된 레일교체공법(B2S) 특허를 갖고 있다. 또 B씨의 상사인 전 서울메트로 기술본부장 C씨도 AVT 대표와 공동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B씨는 “보슬로사의 레일 체결방식이 기술적으로 우수하다고 판단해 이에 적합한 특허기술을 개발한 것일 뿐 특혜와는 관련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B씨와 C씨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대가성을 수사 중이다.

심새롬·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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