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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가 탈바꿈한다"|KBS 9일, TBC·MBC는 16일부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6일부터 시행될 (KBS는 9일부터 시행중) 가을철「텔레비전」의 「프로」개편은 공영인 KBS-TV가 대폭적인데 비해 민영인 TBC-TV와 MBC-TV는 소폭적인 규모로 끝났다.
그러나 올가을 「프로」개편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앞으로 제작될 모든「프로」를 「밝은 사회의 풍토조성」에 두고 퇴폐풍조의 추방, 정신문화의 확립, 우리것 되찾기등에 큰 비중을 두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TV가 오락적인 기능보다는 개도적인 기능에 중점을 둔 것으로 당국과 각 방송국의 정화지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전통문화보급, 어린이·청소년·대학생을 위한 대상 「프로」, 고전음악, 그리고 내용이 건전한 외화등의 시간을 신설하거나 보강했다.
전통문학 「프로」는 TBC의 『신한국기행』을 비롯해 KBS의 『박물관 교실』, MBC의 『전통의 향기』 등이다. 이 「프로」들은 모두 우리의 선조가 남긴 고유의 예술과 문화를 새롭게 인식하고 계승하자는데 그 뜻을 두고있다.
대상 「프로」강화중 어린이 「프로」는 TBC의『누가 먼저 맞히나』, KBS의 『세계명작만화』, MBC의 『꽃나라 별나라』등 6개가 신설되고 내용도. 훨씬 다양하고 건전해졌다. 『젊은이의 광장』(KBS)·『우리들의 노래』(MBC)등이 고교생을, 그리고 『푸른세대』(KBS)·『노래의 메아리』(MBC)등이 대학생을 대장으로 신설한「프로」다. 가을철 「프로」개편중 시간이 부쩍 늘어난 것이 「클래식」음악과 외화다.
TBC는 매주 일요일 상오 8시10분부터 40분 동안 『노래의 날개 위에』를 신설했고 KBS가 『KBS 음악회』(금·밤 10시40분), MBC가 『꿈길의 멜로디』(일·밤 11시10분)등을 신설했다. 이 「프로」들은 모두 국내의 가곡과 국내 「오키스트러」연주등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외화는 TBC가 『달리는 욕망』(월·밤 10시40분)·『장미빛 계절』(수·밤 10시40분), KBS가 『병사의 일기』(토·하오 6시50분)·『명탐정 셜록·홈즈』(토·밤 10시35분)를, 그리고 MBC가『혹성탈출』(목·밤 10시30분)·『어틀랜티스에서 온 사나이』(토·하오5시35분)등 모두 8편이 신설됐다. 내용도 과거의 흥미 위주보다는 과학적이거나 가정적인 「홈·드라머」의 작품들을 선정했다.
새로운 개편과 함께 TV 「프로」의 건전화에 시청자들은 환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그것은 가뜩이나 획일적인 편성으로 침체된 TV「프로」가 더 무미건조해지지 않을까 하는 문제점 때문이다. 획일적인 편성을 극복하는 길은 창의력뿐이며 이럴 때 일수록 일선제작자들이 제작의욕을 잃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방송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서울대 이상위교수는『밝은 사회 조성을 위한 각종「슬로건」을 얼마만큼 소화하여 「프로」내용을 풍성하게 하느냐가 문제』라면서 「슬로건」자체를 그대로 방송에 옮겨 놓는다면 「프로」는 경직되고 시청자는 더욱 TV를 멀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나라와 같이 대중오락매체가 없는 여건에서 TV는 가족이 함께 즐길수 있는 유일한 오락매체임을 감안할 때「슬로건」의 보다 기술적인 소화가 더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윤용교수도 『방송정화는 전반적인 사회풍토정화와 병행해 가야하는 만큼 서두르지 말고 서서히 내용을 개선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즉 TV「프로」의 전반적인 건전화 의도는 좋으나 그 의도를 어떤 방법으로 TV에 정착시키느냐 하는 문제는 많은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김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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