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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모자라는 도서관 열람석|거의가 『대입 공부방』구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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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들에게 축적된 문화내용을 1년내내 공급해야 하는 도서관은 제 기능을 못한 채 정책당국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이른바 「독서의 계절」을 보내면서 우리나라 도서관의 실상을 알아본다.
도서관은 문제 해결의 장소다. 학자가 자료를 찾아 연구문제를 해결하고, 정책 입안자가 참고 자료를 통해 올바른 정책을 기획하며, 사업가가 사업의 건망을 세우기도 하는 문제해결의 장소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오늘날 우리나라 도서관은 그 기능을 많이 잡아야 10%정도 해내고 있다.
국내 도서관중 문제 해결의 기능을 우선으로 운영되는 국립중앙도서관 조차 매일 평균 1천8백여 열람자중 자료를 보기 위한 사람은 3백명이 채 안 되는 실정이다. 67만여권의 희귀자료를 쌓아둔 국립중앙도서관이 입시준비생의 공부방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조원호씨 (국립중앙도서관사서관) 는 아쉬워한다.
무엇보다 도서관이 모자란다. 중앙일보· 동양방송이 창간 10주년 기념으로 지역사회에 도서관 기증사업을 벌인 것도 이같은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결해 보자는 의도의 하나였다. 75년에 시작한 이 사업은 진해·군산을 시발로 경주·천안에 건평1백50∼2백평의 도서관을 건립, 지역사회의 공공도서관으로 기증했다.
올해안에도 충주·강릉에, 그리고 내년에는 전주·수원에서 각각 문을 연다. 계속사업으로 더 많은 도서관이 서겠지만, 이 「중앙도서관」을 통해서도 「도서관기근」의 단면이 완연히 드러나고 있다. 열람자의 90%이상이 학생들이며, 이들에게 도서관은 공부방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공공도서관 1백6개는 인구30만명에 1개꼴이다. 강철왕 「카네기」가 평생 사업으로 4천여개의 도서관을 지역사회에 기증했다는 미국의 경우, 2만6천명에 도서관 1개를 갖고 있다. 인구 비례로 보면 한국의 l2배에 가깝다. 한국과 국민소득이 거의 비슷한「이라크」가 7만여명에 1개로 4배, 이웃 일본이 9만명에 1개로 3배이상의 도서관을 가졌다.
한국의 경우 전국1백6개 공공도서관에 2만6천3백84개의 열람석이 마련되어 있다. 그중에는 4개의「중앙도서관」 열람석 8백13석도 포함되어 있다. 열람석 1개에 매달린 인구가1천2백40명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참고자료를 정리해서, 자료를 이용하기 위해 찾는 열람자에게 봉사하는 도서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앉을 자리가 없다. 주민의 문제 해결을 도와주기는커녕 가만히 앉아서 찾아오는 사람을 맞기에도 힘겹다.
전문가들은 공부방 기능이라도 해내려면 적어도 지금 있는 도서관 규모의 3배는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3백개 이상은 되어야 지금 같은 열람자라도 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그나마 있는 도서관의 운영도 문제다. 한국 도서관협회가 집계한 77년도 전국 1백6개 공공도서관 예산 총액은 15억6천5백만원이다.
그중 자료 및 도서 구입비는 1억8천만원. 전체 예산의 10%를 조금 넘는다.
90%가 난방비와 인건비다. 재대로 된 도서관의 예산 비율에서 도서 자료비는 30%로 본다.
그나마 국민 1인당 0·03권밖에 못 갖춘 도서실태에서 볼 때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한국도서관협회 박대권 사무국장은 말한다.
국민1인당 공공도서관 도서자료는 「덴마크」3·5권, 「노르웨이」 2권이며 이웃 일본만 해도 한국의 10배에 해당하는 0·3권이다. 흔히 도서관은 그 나라의 문화 척도라고 한다. 배구의 경우 초등교육에서부터 도서관은 빼놓을 수 없는 교육의 과정이다. 학교 교육과 도서관이 연결되어 모든 문제는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으면서 해결하는 것으로 된다.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문제 해결의 습관이 여기서 길러진다. 지식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고, 지식의 생명이 갈수록 짧아지는 현대 생활에서 도서관이 지역사회 주민의 문제해결 장소가 될 수 있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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