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판결문·공소장·조서용어 등|쉬운 우리말로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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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법원의 판결문이나 검찰의 공소장·수사기록 등의 어려운 용어들이 우리말로 바뀐다. 법무부는 경부의 국어순화운동의 일환으로 현재 법원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자용어나 권위주의적 문귀를 다듬어 분교부의 국어순화운동본부에 이를 심의토록 의뢰했다. 법무부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법원행정처와 협의하여 현재 법원·검찰이 사용하고 있는어려운 용어 또는 문귀의 일람표를 만들어 관계자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1차 심리를 끝냈으며 문교부의 심의가 끝나는 대로 단계적으로 이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원·검찰의 용어가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수년 전부터 각급 관공서에서 한글타자기를 사용한 때부터였다. 법전에는 한자로 되어있으나 판결문이나 공소장에는 이를 한글로 풀어쓰지 않고 소리만 따서 그대로 한글로 옮겨 쓰기 때문에 소송당사자들이 무슨 뜻인지를 몰라 당황하기 일쑤다.
원래 어려운 한자어는 법룔용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검사들은 이 같은 어려운 용어를 그대로 옮겨 쓰고 있는데다 법률 용어 아닌 일반적인 표현까지 습관적으로 어려운 한자어를 쓰고 있다.
현재 법정에서 많이 쓰여지고 있는 어려운 법률 용어를 보면 ▲공갈사건의 경우 『외포심』(외포심) ▲사기 사건의 경우 『기망』(기망) ▲횡령사건의 『불법영득(불법영득)의 인식이 없으면 위법성이 조각(조각)된다』, 또는 『점유이탈물(점유이탈물)을 횡령했다』는 등의 용어.
이 같은 말은 『공포심을 주었다』 『상대방을 속였다』『가질 생각이 없으므로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다』 『남이 떨어뜨렸거나 잃어버린 것을 가로챘다』라고 쉽게 쓸 수 있는 용어들이다.
또 단순한 교통사고의 경우에도 『노상(노상)에서』(길에서), 『서행하여』(천천히 운행하여), 『전후좌우를 주시하여야 할 의무를 태만히 하고(앞뒤를 잘 보지 않고, 『피몽(피몽)케 하고』(입히곤, 『손괴시켰다』(부쉈다)고 쓰고 있다.
이밖에도 『경찰이래(이래) 당(당) 공정(공정)에 이르기까지』(경찰에서부터 이 법정에 서기까지), 『변소(변소) 하면서』(해명하면서), 『피고인 변소(변소)에 부합(부합) 하는 취지의 증언』(피고인의 변명에 맞는 증언) , 『경험칙(경험칙)에 반(반) 한다는 점』(경험에 비추어 틀리는 점), 『무죄를 선고하심이 상당(상당)하다고 사료(사료)』(무죄를 선고해야한다고 생각) 등 판결문·공소장 등에 쓰이는 어려운 한자어는 수두룩하다.
어려운 한자어 사용을 두고 법원·법무부와 재야법조계에서는 일찌기 이에 대한 시정책을 연구·검토해왔으며 특히 30대 후반의 판·검사들은 독자적으로 쉬운 한글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 지검빙원지청에서 기소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피고인 김모씨(29·경기도안양시) 에 대한 공소장은 쉽게 쓴 그 대표적인 「케이스」l.
『피고인은 78년1월31일0시경 안양시안양1동643빈터에서 피해자 안중호(30)에게 쓸데없이 시비를 걸어 주먹으로 얼굴을 여러 번 때리고 벽돌로 피해자의 뒷머리를 l회 쳐서 뒷머리를 1회 쳐서 뒷머리에 전치 2주 상당의 파열상을 입힌 것이다.』 이 같은 어려운 법률용어에 대해 전 대법원장 조진만씨는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국민이 알지 못하면 있으나마나 아무필요가 없다』 고 전제하고 『국민학교만 나와도 이해할 수 있도록 판결문·공소장을 써야한다』 고 말했다.
조씨는 『법이 단순히 법조인만을 위해 필요하다면 국가발전은 있을 수 없다. 문화향상이란 모든 국민이 쉽게 모든 분야에 접근할 수 있어야한다. 당연히 한글을 사용하여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를 위해 『일부 법조인들이 어려운 한자어를 고집하는 것은 습관에 따른 것이므로 하루빨리 이 습관을 고쳐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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