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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현대화는 싫다 지구 최후의 원시인 「마사이」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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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앙일보·동양방송 적도 「아프리카」취재반 4명이 지난 7월 12일부터 8월 23일까지 43일간 「세네갈」 「갬비아」 「코트디봐르」 「가봉」 「자이레」 「케냐」 등 6개국을 순방 취재했다. 앞으로 적도 「아프리카」 국가들의 풍물과 이 지역 악천후 속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 「킬리만자로」 평원의 야수들, 그리고 「앨릭스·헤일리」의 『뿌리』의 고향을 찾아보는 「시리즈」를 10여 회에 걸쳐 「컬러」로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생각은 사람을 늙게 한다. 그러나 무지가 곧 젊음은 아니다.』

<가축의 생피를 상식>
「아프리카」에 산재해 있는 수백 종의 부족 가운데 유독히 그들 고유의 원시 생활을 고집하고 있는「마사이」(MAASAI)족의 격언 가운데 한 구절이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앎 이의의 것은 얕기를 원하지 않는 그들의 철저한 생활 철학이 스스로도 감당해 낼 수 없을 만큼 문명을 발달시키고 그 기계 문명의 제물이 되어 가고 있는 이른바 문명인의 무한한 탐욕에 반성의 섬광을 던져 준다.
「마사이」 부족은 원래 「탄자니아」 동북부와 「케냐」 동남쪽 「그레이트·리프트」계곡 및 「킬리만자로」를 중심한 국경 지역의 광활한 초원과 숲 속에 사는 유목 부족이다. 나무 가지를 얽어매고 그 안 밖에 진흙과 가축의 분뇨를 섞어 바른 한평 반 남짓한 흙집 속에서 7, 8명의 온 가족이 함께 살다가도 가축을 몰고 다른 목초지와 물을 찾아 떠나가 버리는 「아프리카」의 「집시」다.
소나 양 같은 가축의 목을 예리한 창으로 찔러 뿜어 나오는 생피를 긴 조롱박에 받아 우유와 섞어 상식으로 하는 「마사이」들은 물론 고기도 먹지만 곡식은 거의 먹지 않는다. 『하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모두 준다. 다른 부족이 우리에게 준 하늘의 선물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신앙에 따라 「마사이」들은 타 부족의 가축을 서슴지 않고 빼앗는다. 이들이 항상 씹고 다니는 「마라」라는 풀은 많이 먹으면 환각 작용까지 일으키는 것이지만 약도 되고 정력에 좋다고 믿는다.
「마사이」는 「아프리카」 부족 가운데서도 가장 용맹스럽기로 손꼽히고 있다.

<한때 넓은 영토 장악>
다른 부족을 정복 흡수하거나 다른 부족 여자와의 결혼을 통해 「마사이」 세력을 확대 함으로써 한 때는 전「케냐」와 「탄자니아」 일부를 석권했던 때도 있었다.
「키쿠유」 「로이타」 「이로이타이」 등 다른 약소 부족들은 「마사이」족을 『불과 창으로 광야를 지배하는』 두려운 존재로 간주, 대항할 생각을 못했다. 「유럽」 백인들의 노예 무역이 성행할 때도 「마사이」는 잡혀가는 일이 거의 없었고, 잡히는 경우에는 그 힘과 성실성 때문에 비싼 값으로 팔려 갔다고 한다.
그러나 1880년대 말부터 부족을 휩쓴 질병과 내부 분열로 수가 줄어들고 세력이 위축돼 1895년 「케냐」에 영국의 식민 통치가 시작될 무렵에는 최악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마사이」 소년들은 사춘기가 막 지나 부족 입문 의식과 할례식을 치르고 나면 10년 혹은 12년 동안의 전사(MURRAN) 생활이 시작된다. 이 기간에 그들의 유일한 무기인 창과 나무 망치로 사자를 때려잡으면 그 사자의 갈기로 모자를 만들어 쓰게 되고, 그렇게 되면 마을 처녀들의 흠모의 대상이 된다. 사자 사냥을 하지 못한 전사는 검고 휜 타조의 깃털로 모자를 만들어 쓰게 된다.
모든 「마사이」들이 붉은 도포로 알몸을 가리고 있으나 할례식 전의 소년들에 한해 검정 도포를 두른다.

<흠모 대상… 사자 사냥>
전사들은 사냥과 전쟁의 책임을 진다. 전사 기간이 지나면 결혼과 가축을 거느릴 자격을 부여받는다. 드디어 어른으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마사이」 여인들은 결혼 후에도 마음에 드는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 하는 것이 허용돼 있다. 여기서 태어난 사생아들은 모두 남편의 소유가 된다.
세력 확대에 혈안이었던 때부터의 유습이라고 한다.
「마사이」족 남자들이 얼굴에 그리는 반원형 무늬는 적이나 맹수와 벌인 결투의 훈장이다. 짐승의 피와 돌가루를 섞어 만든 물감으로 얼굴 오른편 반쪽에 하얀 반원을 그린 사람은 적을 무찌른 증거이고. 사자나 표범 같은 맹수를 생포하면 얼굴 왼편 반쪽에 하얀 반원 무늬를 그린다. 나머지 반쪽의 붉은 반원 무늬는 다른 쪽과의 균형을 위한 것이다.
「마사이」 부족 마을에 의식이 행해질 때는 군사들의 춤이 주축이 된다.

<문명과 서서히 타협>
의식은 새벽 초원의 지평에 해가 떠오르기 전부터 시작돼 만월을 전후한 나흘 동안 계속된다. 온 마을의 수십 명 전사들이 모두 모여 큰 원을 그리면서 함성을 지르고 손뼉을 치며 발로 땅을 구른다. 붉은 도포를 두른 전상들의 흑갈색 나신들이 금방 솟아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추는 춤은 장관을 이룬다. 서부 「아프리카」의 춤이 정열에 넘친 광란으로 시종일관하는 반면 동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마사이」 전사들의 춤은 장중한 의식 바로 그것이다.
「마사이」들의 자존심은 지금까지도 밀물처럼 엄습해 오는 서구 문명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있으나 이 최후의 원시 부족 가운데 일부는 점차 유랑을 그만두고 부족 거주지 이동의 한계를 좁혀 가고 있다. 「케냐」정부의 정착 시책에 따라 「마사이」 집단 지역에 학교가 세워지고 병원도 들어서고 있다. 「케냐」가 변화하는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마사이」도 점차 변화를 맞고 있다.

<특별 취재반>노계원(반장·TBC 외신부장) 오홍근(TBC 사회부) 박충(TBC 촬영부) 이창성(중앙일보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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