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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영입하고도 민심 못 잡은 새정치연합 이번 선거 사실상 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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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앙포토]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해 40.3%의 득표율을 올린 김부겸 전 의원은 “안철수라는 시대의 아이콘을 영입하고도 국민들 마음속에 믿음직한 대안 세력으로 자리잡는 데 실패했다는 것에 대해선 정말 야당이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9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다. 김 전 의원은 “이번 선거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사실상 야권이 패배한 선거”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전부터 ‘삼세판’을 얘기했다. (2012년 총선과 이번 지방선거에 이어) 2년 뒤 총선 때도 대구에서 출마해 지역주의 벽을 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주요 문답.

 -2012년 총선 때와 비교해서 뭐가 달라졌나.

 “야권 인사 지지하는 걸 금기로 여기는 문화가 없어졌다. 그때만 해도 대구 시민들이 나를 지지한다고 겉으로 드러내는 걸 금기시하고 두려워했다. 이번엔 그게 무너졌다. 거리낌 없이 길거리에서 박수도 치고, 음료수도 주고, 사진도 찍었다.”

 -이번에 무소속으로 나왔으면 표가 더 나왔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하하… 표가 더 나오긴 했을 건데. 김부겸을 찍고는 싶은데 김부겸이 되면 새정치연합이 마치 자신들이 잘해서 된 거라고 할 것 같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상처가 될 것이라는 걸 두려워한다. 그런 묘한 견제심리 때문에 마지막에 한 10%포인트 정도는 (권영진 당선자한테) 간 거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무소속으로 나왔으면 그런 부담은 없겠지. 하지만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보자는 화두를 던진 나다. 득표 때문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순 없다.”

 -이번 지방선거를 ‘무승부’로 보나.

 “수치상으로 9대 8(시·도지사 선거)이 나왔으니까 비긴 거지만 내용적으로는 믿음직한 대안 세력으로 우리 당이 자리잡는 데 실패했다는 점에서 야권이 패배한 선거라고 본다. 서울도 박원순 후보 개인기로 돌파했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해온 정치를 보면서,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믿는 층이 많이 두터워졌다. 이게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냐.”

 -세월호 심판론은 대구에서 어땠나.

 “대구에선 완전히 마이너스였지. 세월호 자체가 주는 쇼크는 대구 분들도 다 받아들이는데 그게 막바로 심판론으로 가니까 거부감을 탁 나타내더라. 그분들 표현에 따르면 출범한 지 1년반 된 정권이 혼자 책임질 문제는 아니라는 거다. 거기다가 이 양반(박근혜 대통령)이 한 번 울어버렸잖아. 눈물이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꾼’들이 하는 소리고, 대통령이 어찌 됐던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건 사실이다. 그랬을 때 야박하게 심판론으로 몰고 가지 말고 ‘건국 이래 50년간 60년간 쌓인 적폐를 걷어내는 나라를 만듭시다’ 이렇게 오히려 갔더라면 조금 더 국민이 공감을 했지 않았을까. 심판론은 미래에 대한 비전이 아니고 ‘회고 투표’를 유도하는 거다. 그건 수명이 다한 패러다임이다. 거기에 모든 것을 걸어선 안 된다.”

 -새누리당 전북지사 후보도 20%를 득표했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자기들 이익을 위해서 편 가르기 하는 것을 다 알고 있다. 결국은 수도권으로 모든 게 빨려들어가고 지방은 피폐한 게 현실이란 걸 영호남 주민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지역주의에 회의가 들고 피로감을 느끼는 거다.”

 -다음 계획은.

 “2년 뒤(2016년 총선)에 대구에서 정면 돌파하는 게 정치적 숙제 아니겠나.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결실을 맺어야 한다. 삼세번이라고 하잖나. 경상도 말로 삼세판이다. 두 번(2012년 총선, 이번 지방선거에 이어) 했으니까 세 번 해보자.”

 -2년 뒤엔 어떤 전략으로.

 “야당 일반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정치. 상대편을 공격만 해댄다, 발목 잡는다, 대안 없이 욕만 한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어쨌든 간에 줄여나가야지 뭐. 특별한 왕도가 없잖을까.”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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