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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예방 첫걸음, 작업환경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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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백헌기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하루 5명 사망, 250명 부상. 지구촌 어딘가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일터에서 매일 발생하는 산업재해 실태다. 해마다 2000명 가까이 목숨을 잃고, 9만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사고의 근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개별 사업장에 대한 실태파악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일반적인 사회적 위험과 달리 산업재해는 업종이나 작업환경에 따라 위험의 종류와 크기가 다르다. 어느 사업장에서 어떤 기계를 사용하고, 어떤 유해물질을 취급하는지, 또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근무형태는 어떤지를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한 작업환경실태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올 10월까지 전국 15만 개 사업장이 대상이다. 근로자 수 5명 이상인 모든 제조업 사업장과, 5명 미만이지만 유해위험업종인 제조업 사업장이 대상이다. 5명 미만 제조업 사업장 중 기타업종과 제조업 이외의 유해위험업종에 대해서는 표본조사가 실시된다.

 조사내용은 사업장의 고용형태·근로형태 등 일반현황과 소음·진동·분진 등 작업환경, 그리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위험기계기구와 화학물질의 제조·취급현황, 취급 근로자 수 등이다. 작업환경실태조사는 우리나라 직업병 대처의 전환점이 된 1993년 이황화탄소 중독사건을 계기로 5년마다 실시하고 있다.

 미우주무(未雨綢繆)라는 말이 있다. 명나라 사람 주백로의 치가격언(治家格言)에 나오는 말로, ‘비가 내리기 전에 낡은 문을 손질한다’는 뜻이다. 사고 예방을 위해 평소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

 작업환경 실태조사가 우리 산업현장의 미우주무를 위한 기초자료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번 실태조사가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을 통해 산업재해 감소라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백헌기 안전보건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