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본드」각색 『여인』>
고전연극을 현대감각으로 번안하는 시도는 지금까지 흔히 있어왔다. 고전이란 원래 주제가 생명이지 세부적 「플로트」전개는 시대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개작할 수 있는 2차적이라고 믿는 일부 작가들은 등장인물 자체를 「현대화」하기도 했고 연극장면의 순서를 바꾸거나 각 장면에 부여된 원작자의 중요성을 이리 저리 바꾸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실험을 한발짝 더 밀고 가서 한시대의 고전작품들을 모두 걸러서 하나의 「현대적 고전」으로 합성시키는 시도가 최근 영국에서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런던」의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여인』이 바로 그런 실험작이다. 신진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에드워드·본드」가 각색한 이 연극은 「호머」와 「유리피데스」 및 「소포클레스」의 작품들에서 주인공을 뽑아내고 희랍비극의 공통 소재인「트로이」 전쟁을 중심 「테마」로 한 하나의 반전작품을 엮어낸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희랍비극에 등장하는 「파리스」 「율리시즈」 「아킬레스」와 같은 영웅상이나 「트로이」의 「헬렌」 같은 낭만의 요소들을 모두 빼버리고 「프라이엄」주의 왕비 「헤큐바」와 『안티고네』에 나오는 「이스메네」 두 여인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그런 다음에 그는 『「트로이」의 전쟁』이란 것이 미녀「헬렌」을 둘러싼 왕족간의 쟁탈전이었다는 고전의 「테마」를 송두리째 던져버리고 『행운의 여신상』이라는 새로운 동상을 전쟁의 쟁점으로 설정하고 있다.
전쟁은 종교적으로나 현세적으로 뚜렷한 영험도 없는 이 동상을 두고 「그리스」와 「트로이」가 끝없는 전쟁을 하는 동안에 「트로이」의 빈민들이 봉기해서 그 동상을 빼앗아가는 것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인』의 주인공 「헤큐바」는 전쟁의 무의미함을 쌍방에 설득하지만 전쟁은 숙명적이고 잔혹한 종말로 치닫는다. 결국전쟁을 만류하는 여주인공도 반역자의 낙인이 찍혀 재판을 받게 된다.
「런던」의 비평가들은 이 연극의 주제가 월남전을 계기로 무수하게 나온 다른 반전작품과 비슷한 것이기 때문인지 주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고전을 「모자이크」한 헝식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흥미로운 시도이기는 하나 등장인물이 생동력이 없고 가면극에서처럼 주어진 역할만 충실히 수행하는 「꼭둑각시」로 관객에게 느껴진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런 단점이 「모자이크」 형식에서 오는 불가피한 한계인지 아니면 이 실험의 미숙성에서 오는 것인지 앞으로의 비슷한 실험이 기대된다.
【런던=장두성 특파원】영「본드」각색>
여러 작품서 주인공·스토리 빌어와 새 「합성연극」만들어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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