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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땅 비좁아진 서독 보수파들-부수 격감…흔들리는「디·벨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전후 서독의 대명사처럼 성장해온 「디·벨트」지의 위치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서독 최대의 신문「그룹」인 「악셀·슈프링거」가 간판처럼 내세워온 「디·벨트」는 「쥐트도이체·차이통」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등 이른바 진보중도계 신문들에 비해 발행 붓수에서 열세, 「제3의 신문」으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전국일간지의 금년상반기 발행붓수를 보면 「쥐트도이체」가 31만7천부로 1위이며 「프랑크푸르터」는 29만8천부로 2위, 그리고 몇년전까지만 해도 이들과 3파전을 벌여온 「디·벨트」가 불과 22만6천부. 더구나 「디·벨트」는 보급신장률도 훨씬 둔화되었을 뿐더러 정책결정자의 구독률 마저 13·7%에 그쳐 이래저래 사양화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디·벨트」가 이처럼 퇴조하게 된 원인은 신문제작이 극우에 가까울 정도로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벨트」가 지닌 또 하나의 맹점은 친미·친「이스라엘」정책을 고수한다는 사실-. 일례로 지난4월「이스라엘」건국 30주년과 7월「카터」미 대통령의 서독 방문시엔 「슈프링거」자신의 환영사가 신문 l면에 장식될이만큼 보기 드문 친미이자 친「이스라엘」신문인 것이다.
이렇듯 보수주의에 친미·친「이스라엘」정책마저 짙어 그렇지 않아도 사화주의 경향이 짙은 서독의 젊은 독자들이 읽을 리 만무. 제호 자체에서부터 남독에 유리한 「쥐트도이체」지와의 경쟁은 그렇다치고 중독 및 북독을 양분해야할 「프랑크푸르터」와의 대결에서도 시종일관 열세다. 특히 나란히 80「페니히」(1백92원)씩 받아오던 「프랑크푸르터」가 지난 연초부터 1「마르크」(2백40원)로 지대를 인상했는데도 「디·벨트」는 속수무책이다.
물론 「디·벨트」로서도 독자확보에 안간힘을 쓴다. 1면부터 대형사진을 과감하게 편집해 독자의 관심을 유도하는가 하면 학생 난을 신설, 특히 젊은 독자확보를 위해 전력투구중이다.
그렇다 해도 「디·벨트」의 앞날은 현상유지가 고작인 듯. 「디·밸트」의 경우만으로도 진보주의가 휩쓰는 「유럽」에서 보수지의 운영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충분히 알 수 있겠다. 【본=이근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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