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공산권 부추기는 중공의 2단계「반패권」-화국봉 나들이 무엇을 노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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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공 당주석 화국봉의 동구방문은 『공공연한 반소성격을 띤 것이며 동구에 반소주의를 선전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프라우다」지(소련공산당 기관지)가 16일 정곡을 찔러 보도했다.
화의 이번 「루마니아」「유고」「이란」방문은 출발 직전에 타결시킨 일·중공 우호조약의 성과와 함께 모택동 사후 중공이 추진해온 반소정책의 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특히 일·중공 우호조약이 화의 출발 직전에 6년간의 교섭 끝에 타결됐다는 것은 화 체제의 대내외적 위신을 드높인 것이 되며 그 여세를 몰아 화가 동구를 방문한다는 것은 소련에는 뼈아픈 일임이 분명하다.
동「아시아」의 강대국 세력균형에 적지 않은 변혁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중공 우호조약은 중공이 애초에 의도한 바와는 다르긴 해도 소련을 암암리에 겨냥한 「제3국의 패권추구 반대조항」을 담고 있어 소련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런 터에 화는 소련의 「체코」침공10주년에 때맞춰 소련의 영향권을 벗어나 독자노선을 거두려는 「루마니아」와 「유고」를 방문해서 동구에서의 반소「라인」구축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화가 「루마니아」와 「유고」방문에서 실질적으로 그런 목적을 달성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소련의 패권추구를 극명하게 드러낸 「체코」침공 10주년에 맞춰 화 일행이 가뜩이나 소련의 신경을 거슬리고 있는 「루마니아」와 「유고」를 방문하는데는 어떤 실질적인 성과보다 상징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음에 틀림없다.
「루마니아」는 「체코」침공을 반대한 유일한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회원국으로 중·소 대립에서 중립을 유지하고 있으며 「유고」는 30여년전 소련의 영향에서 벗어나 비동맹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중공이 최근 동구의 유일한 맹방이었던 「알바니아」와의 관계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알바니아」의 적대국인 「유고」와 관계개선을 도모한 것도 소련에 대항하는 「유고」의 독자노선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중공은 따라서 「유럽」의 전통적인 화약고인 「발칸」반도를 소련으로부터 떼어놓거나 적어도 중·소 대립에서 중립화시킴으로써 소련의 대중공 포위망 구축노력에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화의 이번 방문은 또 중공이 과거의 소극적인 초청외교 위주에서 적극적으로 방문외교를 전개하겠다는 신호이며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중공의 개방정책을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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