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小 손해보험사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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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소형 손해보험사들의 경영에 '빨간 불'이 커졌다.

중소형사들은 그동안 싼 보험료를 무기로 대형사와 경쟁해 왔으나 최근 자동차 사고가 급증하면서 보험금 지출이 크게 늘어나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보험사는 증시 침체로 주식투자에서 막대한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경우 인수.합병(M&A)이나 퇴출 등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0개 손보사의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실적을 집계한 결과 신동아.쌍용.그린.제일화재 등 4개사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개사는 보험사가 얼마나 튼튼한지를 가리키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기준치(1백%) 밑으로 떨어질 위험에 처했다. 이 비율이 기준에 미달할 때는 금융감독원이 경영개선권고 등 조치를 취하게 된다.

쌍용.제일화재의 경우 지난해 12월까지는 지급여력 비율을 간신히 1백% 이상으로 맞췄지만 지난달 중순 SK글로벌 사태가 터지면서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게 돼 지난달로 끝난 회계연도 결산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월 7백억원어치의 주식을 발행해 지급여력 비율을 기준치 이상으로 끌어올린 신동아화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SK글로벌에 빌려준 돈은 ▶쌍용 2백억원▶제일 1백50억원▶신동아 1백억원에 달한다.

또 신동아.쌍용.그린화재는 보험금 지급과 회사 운영 경비로 쓴 돈이 고객에게서 받은 보험료보다 7% 정도 많아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보험사의 대주주는 회사를 팔겠다고 내놓았다. 쌍용화재는 최근 수개월간 두 번이나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그린화재는 독일 보험사인 알리안츠에서 관심을 갖고 지난 2월 실사를 했으나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급해지자 그린화재는 지난달 직원 등을 대상으로 19억원어치의 주식을 발행했으며, 최대주주에게서 38억원어치의 부동산.유가증권을 기부받았다.

한국투신증권의 박진환 수석연구위원은 "손해보험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틈새시장을 찾지 못한 중소형사들은 앞으로 상당히 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형편이 어려워지자 보험사들은 잇따라 보험료를 올리고 있다. 신동아.쌍용.대한.그린화재 등은 이미 일부 고객에 대한 자동차 보험료를 2~4% 인상했다.

보험사들은 이르면 상반기 중에 자동차 보험료를 5~8%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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