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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유럽」여행의 제 맛을 알려면 국제특급열차를 한번 타봐야 한다-. 외국여행에 익은 사람들은 곧잘 이렇게 말한다.
사실은 열차보다 더 좋은 것은「버스」다. 값도 싸고 더 편하다. 특히 근거리에서는 비행기보다도 쾌적하다.
가령「로마」에서「나폴리」에 이르는 고속도로는『태양의 길』이란 이름이 붙어있다.
과연 풍광 명미한 남「이탈리아」를 뚫고 가는 맛은 천하일품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은 게「버스」의 호화로움이다.
여기를 2시간 반에 주파하는「버스」안에는 가벼운 음주를 할 수 있는「바」까지 있다.
안내양도 적어도 2개 국어를 말할 줄 안다. 도중 하차를 했다가 며칠 후에 다른 차를 바꿔 타도된다.
물론, 냉난방도 완벽하다.「토일렛」과 세수대도 달려 있다. 이런 호화대형「버스」중에는 두 나라 사이를 달리는 일종의 국제「버스」도 많다.
이런「버스」는 더 대단하다. 차장·안내원·「바·메이드」·통역을 겸한「호스티스」 는 물론이요 간호원까지 타고 있다.
국경을 지날 때에는 승객은 가만히 앉았으면 된다. 승무원들이 입국·통관수속을 다 대신 해준다. 그만큼「서비스」도 철저하다.
고속「버스」의「서비스」가 우수하기로는「유럽」에서도「이탈리아」,「스위스」,서독을 손꼽는다.
특히「스위스」에서는『우변「버스」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우변처럼 안 들어가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시간에 쫓기지만 않는다면 관광을 위해서는「버스」가 제일 좋다.
「버스」는 서민을 위하여 있다지만「유럽」에서는 이 말이 거짓말로만 들린다. 그만큼 호화로운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고속도로가 있고 그 위를 시속 1백km이상으로 달리는「버스」도 있다.
그러나 빨리만 달린다고 고속「버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손님을 나르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요새 고속도로를 달리는 우리네「버스」중에는 털털이 차가 너무나 많은가 보다.
30도가 넘는 불볕더위 속에서 냉방이 안되어 아예 유리창을 열고 달리는 것도 많다. 고갯길에서는 싯껌은 매연을 뿜어내는 것도 많고…
과로와 더위에 시달린 차장의「서비스」도 엉망. 언제 들어도 똑같은 값싼 유행가 가락들이 승객들을 아무리 역겹게 만들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저. 용케 천리 길을 사고 없이 달릴 수 있다는 게 신통할 뿐이다. 그러고 보니 고속「버스」란 말이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것에도 이유가 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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