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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누른 박원순 "근본적 변화 요구했던 시민 모두의 승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결국 박원순(58)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웃었다.

여당의 대선 후보급인 정몽준 후보를 상당한 표 차이로 누르고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명실상부한 야권내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오르게 됐다.

소속 정당인 새정치연합엔 6·4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에서 ‘수도 수성’이라는 값진 성과를 안겼다. 박 후보는 5일 오전 0시40분 현재 57.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경쟁자인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15.5%포인트 앞섰다. 지난달 29일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기 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우세를 이어왔던 박 후보의 지지세가 실제 투표 결과까지 이어진 셈이다.

박 후보는 5일 오전 0시 25분, 부인 강난희 여사와 함께 종로5가 선거캠프를 방문해 당선 기자회견을 가졌다. 캠프 안팎에 모여있던 자원봉사자들과 지지자들은 ”박원순“을 연호하며 이들을 맞이했다. 박 후보는 “이 순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 선거운동 기간 동안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을 생각한다”며 “저의 당선은 세월호 슬픔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던 시민 모두의 승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몽준 후보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그는 “박원순의 2기는 여전히 통합의 시정을 해 나가겠다”며 “저를 지지한 분은 물론 반대한 분들까지 시민 모두의 시장으로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새정치연합은 전신인 민주당 시절까지 포함해 이번 선거로 역대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서 새누리당보다 우위를 점하게 됐다. 서울시장 자리는 1995년 이후 다섯 번의 선거와 한 번의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동안 양측이 각각 세 차례씩 당선돼 치열한 대결 구도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박 후보가 정 후보를 누르면서 현재의 야권이 먼저 4승을 챙기게 됐다.

투표 마감시간인 4일 오후 6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종로5가의 선거캠프에선 일제히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당·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은 TV화면에 ‘박원순 54.5%, 정몽준 44.7%’이라는 숫자가 뜨자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새정치연합 이계안·오영식 서울시당 공동위원장과 유인태 의원, 신경민 최고위원, 우상호 의원, 캠프의 임종석·하승찬 공동 총괄팀장, 기동민 전 서울시정무부시장 등은 환한 표정으로 당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당초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접전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상승세를 달리던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선거 후반부에 정 후보 측이 제기한 이른바 ‘농약급식’ 논란의 확산, 막판 보수층의 결집 등 변수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엔 세월호 참사에 화가 난 ‘앵그리 맘(Angry Mom)’ 들의 여권 이반(離反)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 후보는 지난달 15일 ‘조용한 선거,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내세우며 공식 출마를 선언한 이래, 선거운동 기간 내내 유세차 없이 배낭과 운동화 차림으로 서울시내 곳곳을 걸으며 시민들과 만났다. 특히 ‘네거티브 제로’ 원칙에 따라 최대한 비방·폭로전을 자제했다. 이 때문에 여당 후보가 공격하고 야당 후보가 방어하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 후보는 조회 자리에서 “상대가 네거티브를 할 때 우리만 묶여있고 몽둥이를 맞는 느낌이었지만 끝까지 (네거티브의)유혹을 참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치권은 벌써부터 박 후보가 야권 차기 구도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1000만 시민을 이끄는 서울시장 자리는 차기 대권으로 가는 사다리가 될 수도 있다.

2017년 정치 상황에 따라 박 후보의 서울선거를 지원하는 입장이었던 안철수 공동대표나 문재인 의원 등과의 관계가 경쟁관계로 뒤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박 후보도 지난달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다음 대선에 나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출마 가능성을 닫아놓지 않았다. “우선 발을 디딘 곳에서 제대로 해야 해야한다. 그러면 미래, 그 다음 과제는 저절로 오더라”며 그때 가서 판단할 일이라는 식으로 질문을 받아넘겼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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