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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역전 만루홈런…서울시교육감 조희연 당선 확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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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의 조희연(58) 서울교육감 후보가 5일 오전 1시 현재 당선이 확실시 됐다. 조 후보는 전날 아침 투표장에서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와 협력해 서울을 세계 교육의 특별시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출마선언 때부터 곽노현 전 교육감을 계승한 '혁신교육 시즌2'를 슬로건으로 내건 그의 당선으로 서울교육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이명박정부의 핵심사업이었던 자율형사립고가 폐지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선거기간 동안 조 후보는 "평가를 거쳐 기준에 미달되는 곳은 일반고로, 나머지는 사립형 혁신학교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일반고는 학급당 정원을 25명 이내로 감축하고 특별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도 점진적으로 추진된다. 공립유치원에는 저소득층 유아들이 우선 입학하게 하고, 사립유치원은 공영화할 계획이다. 학생인권조례와 친환경무상급식을 전면 확대하는 것도 그의 대표공약 중 하나다. 자유학기제와 진로체험교육 확대, 인성교육 강화 등 문용린 전 교육감의 정책 중 일부는 그대로 계승할 전망이다.

중앙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조 후보는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으로 1990년부터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서울대 재학 당시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를 철폐하라”는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대법원이 긴급조치 9호 위헌 판결을 내리며 무죄 선고를 받았다. 1994년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참여연대를 창립했고, 2011~2013년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의장을 맡았다. 곽노현(서울)·김상곤(경기) 전 교육감도 민교협 의장 출신이다.

서울교육감 선거는 투표 당일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까지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선거 초반만 해도 조 후보의 지지율은 낮았다. 지난달 28일(MBC·SBS) 조사에서도 조 후보(14.9%)는 1위인 고 후보(26.1%)와 표 차이가 컸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고 후보의 딸이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선거 판세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고 후보에겐 이혼한 뒤 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나쁜 아빠' 이미지가 덧씌어졌다. 이 같은 상황을 '패륜'이란 표현으로 지나치게 공격한 문 후보도 고 후보와 공방을 벌이며 막판 표심잡기에 실패했다. 반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두 아들의 지지 글과 유튜브 동영상에 힘 입은 조 후보는 '좋은 아빠' 이미지를 만들며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다.

윤석만·신진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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