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누구나 듣는 '법안전공학'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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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다음 학기부터 서울대가 교양공통과목으로 ‘법안전공학’ 강좌를 개설한다. 서울대에서 전공과 상관없이 각 분야 안전 전반을 다루는 학부생 강좌가 개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안전공학 강의에서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구미 불산유출 사고, 자동차 급발진 사고 등 실제 안전사고에 대한 사례과 가스·전기·건축 등 각 분야 안전기술 등을 배운다.

 특히 강의 내용엔 재난안전 관련법과 안전사고 원인에 대한 법적인 감정방식 등 법학의 영역도 포함돼 있다. 강좌 개설을 주도한 사람은 권동일(56·사진) 법안전융합연구소장(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이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말 서울대에 들어선 첫 민간 종합안전연구소다. 권 소장은 “최근 신종·복합재난이 늘어나면서 재난과 안전사고에 대한 융합적 관점이 필요하게 됐다”며 “이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선 법학·공학·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를 이해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생생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강의 중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안전사고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 등을 초빙할 계획도 세웠다.

 권 소장은 대한변호사협회와 연계해 변호사들에게 안전재난 관련 공학기술 교육을 하는 것도 협의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안전사고 사건을 다루기 위해선 공학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 후 한국법과학회와 함께 지난달 30일 재난안전 특별심포지엄도 열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한변호사협회, 전기·가스·건축 전문가 등 안전 관련 단체들이 대부분 참여한 대규모 심포지엄이었다. 그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는 재난·안전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닥친 병이 아니다. 만성병이 곪아 터져나온 것이다. 원인을 제대로 짚어 처방을 내려야 한다. 규제 관리나 기존 대책을 반복하는 식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했다.

 - 현재 국내 재난안전관리의 문제점은.

 “관리 체계가 분산돼 있고 관련 법령도 소관 부처별로 제각각이다. 사전 예방이 아니라 사후 대처형 관리 시스템도 문제다. 사고가 나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부족하다.”

 - 정부가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기로 했다.

 “중앙정부 중심의 재난관리에는 한계가 있다. 세월호 참사 때도 수많은 민간잠수사가 돕겠다고 달려왔지만 컨트롤이 안 됐다. 민·관이 정보를 공유하고 전문가를 교환하며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 안전관리 체계를 개혁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3C다. 최고 책임자의 관심(Care), 현장과의 소통(Communication), 매뉴얼이 됐든 법규가 됐든 한번 정해진 규칙은 반드시 지키는 일관성(Consistency)이다.”

 - 최고 책임자의 관심이란.

 “미국 화학회사 듀폰의 책임자는 폭발사고가 이어지자 공장 내 사택에 들어가 함께 생활했다. 꼭 위험을 감수하라는 게 아니라 책임자가 그 정도 의지와 관심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그래야 안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김한별·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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