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간호원 법정 정원에 25% 미달|배출인력 남아 취업은 별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간호원은 남아도는데 병·의원의 병상과 외래환자를 돌보는 간호원의 일손이 모자라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충분한 간호를 받지 못해 불편이 더해가고 있으며 간호원들은 그들대로 벅찬 업무량에 쫓겨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환자들의 간호에 소홀하다. 이런 현상은 의료보험제도의 실시에 따라 종합병원으로 환자가 밀리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간호원부족은 병·의원들이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법정 정원에도 미달하는 간호원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 법정정원마저 외국의 기준보다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는 달리 한때 활발한 외국취업 등으로 공급이 달리던 간호원수(미취업자포함) 는 76년 이후 해외취업이 거의 중단된 데다 각 외과대학 간호학과 졸업생들이 늘어나면서 급증했다.
대한간호협회가 19일 국립의료원·적십자병원·고대부속·한양대 부속병원·성모·순천향병원 등 서울의 주요 10대 병원을 대상으로 간호원부족실태를 조사한 결과 입원·외래환자를 기준으로 한 간호원 법정정원수는 1천9백17명이나 실제 일하고 있는 간호원은 1천4백40명으로 정원보다 24.9%(4백77명)나 부족한 실정.
의료법시행령 제24조에는 『간호원은 1일 평균 입원환자 5명에 대해 2명을 두고 외래환자는 12명을 입원환자 1명으로 환산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우리나라 종합병원의 경우 평균환자 5명 (외래환자는 입원환자기준으로 환산한 수치)당 1명 꼴로 간호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입원환자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최소 환자 10∼20명에 1명 꼴의 간호원이 있을 뿐이며 심한 경우 40명에 1명 꼴로 일하는 병원도 있다.
구미와 「싱가포르」·「홍콩」 등 동남아 일부 국가의 경우 환자의 병세에 따라 간호원 법정정원이 각각 달라 중증환자에게는 환자 1명당 간호원 1명이 매달려있으며 평균 환자 1.5명 (입원을 기준) 당 간호원 1명이 있는 게 보통.
보사부는 이처럼 간호원이 부족한 원인은 각 병원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법에 정해진 정원보다 적게 간호원을 채용하는 대신 인건비가 싼 간호보조원이나 간호학교 실습생으로 대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의원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무면허 간호원이나 심지어 가정부에게 간호업무를 맡겨 의료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간호원의 공급과 수급사이에 심한 불균형사태를 빚어 간호학과 졸업생은 연간 3천명으로 남아돌지만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있다.
자격증을 가진 전국의 간호원은 현재 3만2백94명이나 취업간호원은 45.2%인 1만3천7백47명에 불과하다.

<환자와 간호원의 고충>
S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원 박모양(23)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환자들을 충분히 돌봐주지 못하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박양이 담당해야하는 환자는 10명으로 연거푸 밀어닥치는 투약·주사·회진 등 업무를 치르다보면 환자를 간호한다기보다는 기계적 동작만 되풀이하게 되며 짜증까지 난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한 종합병원 3층 병실에 교통사고로 입원한 환자 서모씨(45·여·서울 관악구 사당동) 는 『보호자가 자리를 빈 사이 「링게르」주사를 맞다 주사약이 새 간호원을 아무리 불러도 나타나지 않아 팔이 퉁퉁 부어 죽을 고생을 했다』면서 때로는 간호원 대신 실습생들이 간호업무를 맡는 일이 많으나 일이 서툴러 자칫하면 불신을 살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