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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식의 마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생각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큰 안전사고가 또 일어났다. 모두 55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경남 양산 시외「버스」화재사고는 작년 11월에 발생했던 이리역 폭발사고에 대한 우리의 뼈아픈 기억이 뇌리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다시 되풀이 된 완전한 안전의식 마비가 빚은 참사라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동질 내지는 유사한 유형의 사고가 이처럼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 사회가 인명을 경시하는 풍조에 젖어 있고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안전에 대한 관념이 소홀한데서 파생된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지금까지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성장과 발전에만 쏠렸고 이러한 급성장 과정에서 안전문제는 피안의 일처럼 소홀히 다루어져 왔었다.
그러나 작년 이리역 폭발사고를 계기로 안전문제가 크게「클로스·업」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중진국의 단계를 넘어서서 선진대열로 발돋움하는 이 시점에서도 이같은 대형안전사고의 재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짙어 간다는 것은 여간 절실한 현실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버스」화재사건만 해도, 인화성이 강한 물질은「버스」안에 지 입할 수 없도록 되어 있고「버스」안에는 소화기 비치가 의무화되고 있는데도 누구하나 이를 막거나 점검하지도 않았다.
「버스」회사마다 보안관리전담자를 두도록 되어 있으며, 보안경찰이나 교통경찰관이 자주 드나들고 운행 중에도 여러 번 맞 부닥쳤으면서 위해 요소를 제거하지 못한 채 대형참사를 빚은 것이다.
이는 제아무리 안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안전에 대한 갖가지 수칙과 규정을 만들어 놓더라도 그런 규정이 끝내 정착하지 못한 채 언제나 한낱 형식적 법률조항의 문 귀로서만 그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다.
이리역 사고가 난 바로 그 며칠 후에 발생했던 장성탄광의 갱내화재사건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버스」화재사건 역시 일종의 구조적 사고로 규정할 수 있다. 이같은 사고는 사고자체의 고시 적 동기규명이나 고식적인 처벌만으로써는 뿌리를 뽑을 수 없는 것이다.
목전의 이익과 결과를 당장 얻으려는 기업들의 윤리의식을 근원적으로 바로 잡고, 균형과 안전에 대한 사회의식과 좀 더 크게는 우리 사회 전체의「모럴」을 회 생시키는 근원적 정책마련이 아쉽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이다.
선진대열을 향해 줄달음치는 이때 안전사고의 빈번한 발생은 커다란 수치다. 밑뿌리가 튼튼하게 다져지고 국민의 의식구조가 차분히 가라앉고 인명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란 여간해서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고도성장을 뽐내 일동국민으로 자처하면서도 이 같은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서야 어찌 후진성을 탈피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질적인 면의 강조와 의식구조의 전환, 그리고 무비유환의 뼈아픈 교훈을 거울삼아 무사안일로 빚어지는 무서운 인재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정책과 사회의 관심을 일깨우도록 다시 한번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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