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억「엔」빚에 도산한 일본의 축마서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경=김두겸 특파원】문학·철학 사상 관계의 전 집물 출판사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일본최대 출판사 중의 하나인「지꾸마쇼보」가 53억「엔」의 부채를 갚지 못해 사실상 도산함으로써 일본 출판계에 큰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현대일본문학전집」등으로 유명한「지꾸마쇼보」는 50년대 중반기의 안정기에 전집 물을 출판, 젊은 세대의 문학열을 사로잡아 일약 일류 출판사로 성장했다.
그러나『읽고 버리는 시대』에 접어들면서「지꾸마」는 그 독서경향에 적응치 못하고 『팔리든 안 팔리든 1급 품 만을 출판한다』는 창업정신을 고수하다가 끝내 파산의 길로 들어선 것.
「지꾸마」의 도산은 현대 일본 독서 계의 흐름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증명이기도 하다. 일본독서 계는 무겁고 딱딱한 사상철학관계의 책 등은 거들떠보지 않고 문고판이나 만화에서부터 문학 책, 전문 서까지 총 망라한『다원적 독서「스타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출판업계도 이 같은 경향을 노려 화려한 선전작전으로 독자를 휘어잡고 있는데 실제「베스트셀러」라는 것도 대부분 전파를 이용한「이미지」부각작전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 같은 시대조류를 가장 잘 타고 있는 대표적 출판사는 강담사·소학관·집영사·문예춘추·학연 등 5개 출판사.
일본 출판업계는 흔히『1조「엔」산업』이라고 부른다. 파산을 선언하는 자리에서「오까 야마」사장은「지꾸마」가 재생된다면 문고판을 출판하고 회사의 실력에 맞는 새 기획을 엄선, 실시해 나가겠다고 다짐, 출판계에 대한 미련을 남겼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