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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격랑…아시아 해역-소·미·일의 군사력증강 무엇을 노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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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소련이 「아시아」진출야욕을 노골화하고 이에 맞서 미국과 일본이 방위력을 강화할 태세를 갖춤으로써 극동 및 서태평양에 군비증강격랑이 일고있다.
소련의 「아시아」진출 목표는 일차적으로 인도양→동남아→「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는 해상수송로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중공을 포위, 고립시키자는데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소련은 지난 75년 월남적화로 「베트남」을 강력한 동맹국으로 확보, 동남「아시아」진출의 주요발판을 마련했고, 이를 근거로 군사력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련이 「베트남」 의 「캄란」만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했다는 지난 6월의 보도와 북괴의 청진과 나진사이에 해군기지를 건설중이라는 미국측의 정보보고 등은 소련의 「아시아」전략이 급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문제는 소련의 전략이 단순히 해상수송로의 확보와 중공포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오히려 소련의 종국적인 목적은 주한미지상군 철수 등 「아시아」에서의 미군철수추세를 틈타 이 지역에 진출, 극동 및 서태평양, 그리고 나아가서는 동남아를 자신의 영향력아래 두려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평가는 소련이 태평양함대의 잠수함을 대폭 강화하고 극동주재 소련군의 핵 전력을 대폭 증강했다는 사실이 뒷받침한다. 따라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소련군의 증강은 중공뿐 아니라 「아시아」주둔 미군과 일본에 중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은 소련의 위협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 방위력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일본은 소련의 태평양함대 증강이 현실적으로 일본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 1월 발표된 일본 방위청 자료에 따르면 소련태평양함대는 잠수함을 70척에서 1백25척(핵 잠수함 50척)으로 거의 2배로 늘리고 작년과 금년초 「미사일」순양함과 초계정을 각각 2척씩 추가배치, 전투함이 93척에 달함으로써 이미 미 제7함대의 전력을 능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미7함대=항모 2척, 전투용수상함정 20척, 잠수함 6척).
일본 방위청은 또한 소련이79년 하반기에 4만t급 항모「민스크」호를 극동에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민스크」호는 수직이·착륙기인 「야크」36 25대와 「헬리콥터」 25대를 적재하고 있어 극동에 배치될 경우 소련함대의 전력은 더욱 막강해진다.
극동의 소련 공군 역시 미국보다 우세하다.
소련은 서태평양의 미 해·공군기와 일본자위대의 항공기(5백대)를 합친 것보다 오히려 많은 약2천대의 항공기를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계된다.
특히 이들 항공기 가운데는 최신예 「미그」25전투기 외에 핵탄두「미사일」을 장비한 TU-16 「배저」폭격기와 말썽많은 「백파이어」 폭격기까지 배치가 이미 끝났다는 정보도 있다.
지난 6월 「브라운」 미 국방장관은 「가네마루」(김환신)일본 방위청장관과의 회담에서 이같은 소련의 군사력강화에 대처하는 미국의 전략과 미군증강계획을 제시하고 일본자위대의 무장강화와 미 일 공동방위 문제를 논의했다.
「브라운」장관은 이 회담에서 미국은 유사시 일본에 항모 5척과 20개의 전투비행대대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신문보도에 의하면 「브라운」장관은 이들 항모 5척이 제7함대 항모 2척과 동태평양을 방위하는 제3함대의·항모 3척으로 구성될 것이며 20개 전투비행대대는 서태평양에 배치된 9개 전투비행대대를 미 본토로부터 지원을 받아 증강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미국의 유사시 전략은 미 대통령 검토각서(PRM)10호에 언급된 한국방위전략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미국의 극동에 대한 유사시 전략이 PRM10호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브라운」장관은 지난 2월 「로스앤젤레스」연설을 통해 서태평양주둔 미군의 증강내용을 밝혔는데 「가네마루」장관과의 회담에서 이를 다시 확인했다.
미군 증강내용은 미국은 앞으로 5년에 걸쳐 「아시아」주둔미군에 ①잠수함함대를 위한「트라이던트」 핵「미사일」과 B-52폭격기를 위한 「크루즈·미사일」을 새로 배치하고 ②항모함재기 F-4「팬텀」을 신예 F-14「톰·캐트」로 바꾸며 ③공군기도 F-15「이글」로 대체하고 ④항공경보 및 통제체제(AWACS)등 최신무기체제를 도입한다는 것으로 되어있다.
「브라운」-「가네마루」회담에서는 또한 일본이 올해부터 F-15「이글」기와 P-3C「오리언」 대 잠수함 초계기를 미국에서 도입 「라이선스」생산을 시작한다는 등 일본자위대의 무장강화방안이 논의되었다. 이는 지금까지 미군의 보호아래 안보에 있어 무임승차의 혜택을 누려온 일본이 앞으로는 스스로 자체 방위를 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브라운」-「가네마루」회담내용 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미일의 공동방위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됐다는 사실이다. 미일의 공동방위는 「가터」행정부의 「아시아」정책과 관련해서 그동안 꾸준히 논의되었으나 「브라운」장관은 이번 회담을 통해 태평양해역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 해군력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렵다고 지적, 유사시 미군은 인도양→호주→「괌」→「하와이」→미 서안에 이르는 석유 및 긴급물자 수송로를 확보할 것이며 일본은 일본→「오끼나와」→대만에 이르는 서남항로와 「오가사와라」열도방면의 동남항로를 방위해주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발전은 최근에 나온 미일의 「나토」식 방위협력체제론과 더불어 극동 및 서태평양이 미국의 방위전담시대에서 미일 공동방위시대로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본의 등장은 이 지역에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방위참여는 전면적인 재무장은 아닐지라도 일정수준의 일본군 무장강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이러한 일본의 무장은 소련은 물론 중공까지를 자극하는 역효과를 초래, 오히려 분쟁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아뭏든 소련의 군사력증강은 미일의 상대적인 군사력강화를 초래, 극동 및 서태평양지역은 현재 중대한 정세변화를 겪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북괴의 남침 위협 속에 미군철수라는 상황을 맞고있는 한국의 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박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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