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기업 그 경영전략(1)가구 「보르네오」「선퍼니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시장을 넓히기 위한 싸움-이것은 기업이 헤쳐 나가야할 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거기엔 특수한 경영전략이 있을 수도 있고, 남다른 투지가 있을 수도 있다. 소비자측에서 보자면 선의의 경쟁에서 나오는 제품가격 하락, 질의 향상이 기대될 수도 있고 악의의 경쟁에서 빚어지는 피해도 볼 수 있다. 그런 뜻에서 「라이벌」기업의 시장쟁탈전을 엮어본다. <편집자주>
2, 3년전부터 일기 시작한 「아파트」열기가 가구업계에 바람을 일으켰다.
아직까지는 「보루네오」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선창기업을 배경으로 선창산업이 생산하는 「선퍼니처」도 만만치가 않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시장이 없어 적자를 헤어나지 못하던 기계가구업계는 국민소득수준의 향상과 생활의 양식화경향에 힘입어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경도로 호황을 누리고있다.

<조립식 양산체제 갖춰>
전통적인 공예가구업체와는 달리 조립식 양산체제를 갖추고있는 기계가구는 「보루네오」와 「선퍼니처」가 8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들어 상일·동서·신흥·한양·삼익 등 5, 6개 업체가 뛰어들고 있지만 판매조직망이 정비되지 않아 미미한 형편이다.
「보루네오」의 금년도 매출목표가 1백50억원. 수출만도 2백만「달러」에 달해 매출목표 60억원·수출목표 1백만 「달러」의 「선퍼니처」보다는 착실히 앞서있다.
「보루네오」가 기계가구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불과 8년전인 70년의 일.
신흥양행이라는 조그마한 무역회사의 말단사원으로 있던 현재의 사장 위상직씨가 「보루네오」 통상회사라는 「오퍼」상을 차린지 5년만의 일이었다.
신흥양행에서 남방 「사라와크」섬의 주재원으로 목재벌채업무를 맡았던 위씨가 귀국하자마자 독립해서 원목수입을 알선하는 「오퍼」상을 낸 것이다.
「보루네오」통상이 처음 「보루네오」가구를 생산하기 시작할 때 만해도 우리사회에서는 이를 수용할 태세가 되어있지 않았었다.
『무슨 성냥갑같은 장난감을 만들고 있느냐』는 야유조의 비난이 그치지 않았고 물건은 만들수록 쌓이기만 했다.

<한때는 은행관리업체>
수출도 되지 않고 국내시장에서도 전혀 소화가 되지 않게되자 회사경영은 부채더미만 늘어가 결국 72년3월에는 외환은행의 관리하에 들어가게 되고 위 사장은 타의에 의해 퇴진.
그러나 「오일·쇼크」의 여파가 가시고 「아파트·붐」이 서서히 불기 시작하면서부터「보루네오」가구는 각광을 받기 시작, 재고가 쌓이기는커녕 제품이 달리기 시작했다.
76년10월 위 사장이 다시 원대복귀를 하자 이제까지 주인 없는 경영에서 책임경영으로 바뀌게되어 회사경영이 눈에 띄게 개선되기 시작했다.
월간매출액이 75년까지 1억원도 못되던 회사가 위 사장 복귀 후 2억원을 돌파하더니 77년에는 5억원, 78년에는 10억원을 돌파하는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주문이 밀려 작년2월부터 24시간 「풀」가동을 하고 있으나 내수가 달려 수출을 제한할 정도. 「보루네오」보다 2년 늦게 출발한 「선퍼니처」는 다소 여건이 좋았던 편.
가구를 전문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합판을 주업으로 가구를 부업으로 해왔기 때문에 경기변동이나 판매부진에 그렇게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선퍼니쳐」는 아직도 모 기업인 선창산업의 부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전체 종업원3천명 중 가구부에 종사하는 수는 20%인 6백명정도에 불과하며 매출액도 회사전체의 연간 3백억원 중 20%인 60억원에 불과하다.
가구를 주업으로 제재와 원목수입을 부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보루네오」와는 이점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창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선창자체의 「아파트」건설이 금년의 6백60가구를 고비로 내년부터는 1천가구 이상이 되기 때문에 자체소비가 증대할 뿐 아니라 방계회사인 삼영「하드·보드」의 제품으로 가구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시설확대, 수출 눈 돌려>
특히 전국의 1백15개 판매대리점에 대해 앞으로는 「보루네오」와 같이 「선퍼니처」제품만을 취급하도록 강력히 지도하여 타사제 가구는 판매를 불허할 방침이라고 박승순 사장은 밝히고 있다.
현재의 시설을 갖고도 생산능력은 배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보루네오」의 점유시장을 얼마든지 침식해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선퍼니처」의 도전에 「보루네오」도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있다.
우선 내년 중으로 현재의 인천공장근처에 5만여평의 부지를 확보, 제2공장을 세워 부족한 시설을 대폭 확대하고 해외수출에 적극 눈을 돌려 하반기에는 월간매출액을 30억원정도로 배가시킨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사장이하 전직원이 아침7시 반이면 출근하여 1백70원짜리 점심을 사장부터 말단 직공에 이르기까지 같이 든다.
결산은 매월단위로 끝내 다음달의 경영목표를 그때그때 수정해 나간다.
1천7백명의 종업원을 사장·상무2명 등 3명의 중역이 거느리며 부장중심의 철저한 책임운영을 해나감으로써 경영합리화를 통한 원가절감을 추구하고 있다.

<부가세가 오히려 도움>
「보루네오」나 「선퍼니처」가 「아이러니컬」하게도 모두 부가가치세제 도입으로 큰 이득을 보고있다.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가격으로 정찰판매를 하고있는 양사는 부가세가 실시됨으로써 다른 사제가구업체와의 경쟁을 이겨내게 됐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과거의 물품세제 하에서는 사제가구업체들의 제품가격이 신축성이 있는데 비해 정찰판매를 하는 양사가 고전을 면키 어려웠으나 이제는 부가세제의 실시로 같은 조건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가구가 결코 사치품이 아니라는 구호를 내걸고 대결을 벌이고 있는 「보루네오」와 「선퍼니처」의 시장 판도가 어떻게 전개될는지 현재로서는 정말 예측키 어렵다. <고흥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