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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특별시' 부천으로 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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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월로 시승격 30주년을 맞는 부천시가 '만화특별시'로 거듭난다.

드라마 '야인시대' 세트장이 있는 부천시 상동 영상문화단지 내 2만평 부지에 연건평 7천평 규모의 '한국만화영상산업 컨벤션센터' 를 건립하는 것.

국비 2백억원과 도비 2백억원 등 총 6백원이 투입돼 2006년 완공될 예정인 이 센터에는 부천시가 그동안 유치를 추진해온 각종 만화관련 시설 및 기관이 모두 입주해 한국 만화산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부천시는 1998년 12월 희귀 만화 및 국내외 각종 만화관련 서적을 전시하고 만화관련 정보 데이터 베이스 사업을 펼치는 부천만화정보센터 건립을 시작으로 한국만화박물관 개관, 부천 국제만화축제 및 부천국제대학생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진행, 부천만화산업종합지원센터 및 경기디지털아트하이브 종합지원센터 건립 등 다양한 만화 관련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부천시가 이처럼 만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전국 2위라는 높은 인구밀도와 투자 재원도 넉넉하지 않은 현실에서 만화나 영화 같은 대중문화야말로 시민들에게 적은 예산으로 어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98년 7월 취임한 원혜영 시장은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만화야말로 젊은 시민들이 많은 부천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 이 사업을 전담할 지식산업과를 전국 최초로 신설했다. 직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순환근무에서도 제외해 줄 정도였다.

99년 1월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을 다녀온 뒤 만화에 대한 그의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인구 10만도 안되는 도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만화를 예술로 대접하고 키우려는 시와 시민들의 의지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만화 캐릭터는 바로 이들의 문화적 자존심이죠."

특히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만화가들의 의견을 많이 참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이들에게 믿음을 주었다는 것도 '부천=만화도시'로 인식시킨 요인 중 하나다.

만화가 김수정씨는 "전시될 원고를 한장 한장 소독해 처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공무원들의 태도에서 만화가들을 진정 위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호응도 빼놓을 수 없다. 송내역 앞에 마련된 둘리의 거리에는 이미 둘리 수퍼.둘리 숯불갈비 등 상호를 교체한 업소가 늘고 있다. 19일 이곳에서 열리는 둘리 명예시민 현판식 및 20세 생일축하 잔치에는 상가번영회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안정민 만화산업팀장은 "주민들의 호응이 높아지면 송내역에 둘리역이라는 이름도 병기할 생각"이라며 "주말마다 이곳 '둘리의 거리'에 오면 만화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 한국의 몽마르트르로 만들고 싶다"고 의욕을 밝혔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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