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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소외』를 고발|보브와르 여사, 영화 제작|충격적인 양로원 묘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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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2의 성』의 저자로, 「사르트르」의 동반녀로 유명한 「시몬·드·보브와르」 여사가 복지사회의 노인문제를 영화로 고발했다. 서구사회만큼 노인에 관해 무관심한 곳은 없을 것이다. 서구인들이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노인들의 비참한 현실이 눈앞에 나타나자 이들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는 일.
『노인의 나라에서』라는 이 영화는 「보브와르」 여사가 제작, 직접 해설을 맡고 「스웨덴」의 「마리안·아르네」가 감독한 작품으로 복지사회 속의 노인들이 얼마나 불행하게 『시간을 죽이고 있는지』를 증언하면서 『노인만큼 모든 현실에서 추상적인 계열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고 젊은 세대에게 타이르고있다.
이 영화는 미소년과 소녀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갑자기 이 주인공들의 늙은 후의 오늘을 보여준다. 대문을 열고 「카메라」가 찾아드는 양로원의 내부는 관중들로 하여금 본능적으로 눈을 감게 만든다. 그곳에는 누구도 감히 말하지 않고 들어주지도 않는 유령과도 같은 노인들이 우글거리고있다.
양로원 속에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슬픔이요, 괴로움이다. 생활규칙을 위반하거나 명령에 불복종하는 노인들에게는 40일 동안 외출금지이며 방문이 밖으로 잠긴다. 욕설하는 할아버지에게는 금주령이 내려진다.
더욱 놀라운 것은 뒤늦게 사랑을 잦아 결혼한 노인부부를 하오 7시부터 격리시키는 장면이다. 연모의 정을 견디다 못한 이들이 면회시간을 위반하며 밀애 하다가 적발 당해 40일 동안 독방에 감금당하는 모습은 차라리 비극이다. 노인에 대한 비인간적·반「모럴」적 제도가 서구복지사회의 병이라고 「보브와르」 여사는 설명한다.
노인들에게는 오직 시간을 죽이는 일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노인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 유일한 존재방법이다. 따라서 현대서구사회는 노인들이 여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박탈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어디 노인들만의 것인가? 인문이 현세에서 영생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태어날 때부터 모두가 운명지어진 필연적 귀결이다. 인간은 누구나 늙기 마련이고 반드시 죽음과 대결해야만 한다. 왜 젊은 세대는 『영원히 젊어있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늙는다는 필연성을 잊어버리고 있는가? 『노인도 바로 젊은 세대의 미래이다』고 절규된다.
『우리는 모두가 죽기 마련이다. 노인을 추악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보브와르」여사는 훈계한다. 『우리가 처음으로 어리광을 부린 것은 지금 머리카락이 파뿌리이며 얼굴에 주름살 투성이인 어머니의 품속이었다. 우리들을 위해 어머니들은 한정된 인생을 희생했다.
수천년 동안 내려온 어머니의 역사를 우리는 거의 인식하지 않는다. 어머니들의 젊은 날의 추억은 바로 지금의 우리들이다….』 복지사회의 이면에 숨겨진 핵가족의 부산물로서의 서구의 노인문제 만큼 반도덕적인 것이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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