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The New York Times

오바마의 회고록 제목은 뭐가 좋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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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외교정책 회고록을 쓰게 된다면 어떤 책제목을 선택할까. 우선, 그가 사석에서 자신의 외교 독트린을 요약할 때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멍청한 짓은 하지 마라(Don’t Do Stupid Stuff)’에 끌릴지 모른다.

 오바마 독트린은 ‘싸워야 할 때는 싸워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바로잡아라’ ‘동맹국들과 최대한 협력하되 무력이 진지함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로 요약된다. 지금까지 이 접근법의 결과는 미국에 그리 나쁘지 않았다. 지난주 오바마가 연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이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른 전쟁들은 ‘어떤 희생이 필요한지 국민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은 채’ 제대로 된 준비나 동맹국 없이 뛰어든 전쟁들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말이다.

 따라서 ‘멍청한 짓은 하지 마라’는 괜찮은 제목이다. 하지만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을 무대로 이슬람의 수니파와 시아파가 세계 최대 규모의 내전을 벌이고 있는 중동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오바마가 결국에는 ‘붕괴의 현장에서(Present at the Disintegration)’라는 제목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미국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오바마는 세상이 여러모로 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조지 H W 부시는 소련의 붕괴를 솜씨 있게 다뤘다. 빌 클린턴은 초강대국과 ‘분노한 초강 개인(超强 個人·superempowered angry man)’ 사이에 벌어진 최초의 전투에서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개인에게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빈 라덴이 2001년 9월 11일 미국을 공격하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두 번의 침공으로 응수했다.

 오바마는 과거에 시작돼 지금 절정에 다다른 일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제와 맞서야 했다. 이런 것들이다. 두 번의 중동 침공이 낳은 역류 현상, 약화되고 굴욕을 당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러시아, 예멘에서 파키스탄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늘어난 ‘초강 개인’을 상대로 한 드론 전쟁, 동시에 발생한 전통적 아랍 국가의 붕괴와 이란의 핵개발…. 이뿐만 아니라 ‘세력권’이 쇠퇴했다. 위로는 전통적인 세력들이 약화됐고 아래로부터는 광장과 소셜네트워크 세력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세력권부터 이집트의 친미 군부가 나라를 다스릴 권한까지 모든 것에 도전했다.

 한꺼번에 이들 문제를 다루는 것은 독트린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난제였다. 게다가 기진맥진한 미국 국민과 군비지출을 대폭 삭감하게 만든 경기후퇴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오바마는 분명 안정적인 새 친서방 질서를 형성시켜 회고록 제목을 ‘재건의 현장에서(Present at the Re-Integration)’로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예상보다 훨씬 어렵다. 초강대국 소련을 억지하던 시대에는 외교 영웅이 되는 게 상대적으로 쉬웠다. 꿋꿋하게 상대편보다 국방비를 더 많이 지출하면 됐다. 지금도 오바마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같은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외교는 해체 중인 나라들이나 전 지역이 내전에 빠진 상황을 다뤄야 한다. 유일한 진짜 해결책은 억지가 아니라 미국과는 전혀 다른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변화의 초석이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국은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2조 달러를 지출했지만 내세울 성과는 별로 없다.

 시리아 사태의 확산으로 시리아는 유럽·중앙아시아·러시아·아랍세계, 심지어 수많은 미국 출신까지 이슬람주의 전사로 양산하는 공장이 됐다. 시리아의 어느 쿠르드족 지도자에 따르면 이들은 ‘사람들의 목을 자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안보 전문가인 어느 이라크 내 쿠르드족 인사에 따르면 시리아 분쟁은 알카에다가 ‘아프가니스탄의 동굴에서 나와 주류 아랍 세계로 진출해’ 수니파 이슬람의 수호자로 전환하는 데 명분을 제공했다. 커다란 위협이다.

 그렇다면 뭘 해야 하는지 이 쿠르드족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그들의 대답은 오바마가 약속한 대로 보다 많은 견실(堅實)한 시리아인을 무장시키면 알아사드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부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바르함 살리 전 이라크 부총리는 “통상적인 군사 해결책은 없다”고 말했다. 시아파도 수니파도 결정적인 승리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이렇게 이어졌다. “하지만 발을 빼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시리아는 지나치게 큰 불안정성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제시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미국과 러시아가 중재에 나서 사우디아라비아·터키·이란, 그리고 이들 국가를 추종하는 시리아 내 세력들이 권력분점(power-sharing)에 합의하는 것이다. 다시 반복하자면 시리아 문제는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리고 이란과 러시아가 외교적 해결에 참가해야 한다. 이처럼 현실 세계가 던져놓는 외교 정책의 선택은 불쾌하고 로맨틱하지 않으며 승산도 낮다. 그러니 좀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