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56층 콘도, 시민단체가 막자 … 주민 "제3자가 왜 방해하나"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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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을 들여 56층 콘도미니엄 등을 짓는 계획이 확정된 제주 노형동의 도심 공터. [김성룡 기자]

30년 넘게 공터였던 제주시내 한복판 땅에 1조원을 들여 콘도미니엄 등 복합 휴양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가 떨어졌다. 중국과 한국 기업이 합작 추진하는 사업 계획에 대해서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일조권과 교통난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일조권·교통난 당사자인 우리는 별말이 없는데 제3자인 시민단체가 사업을 막는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논란의 대상은 제주시 노형동 925번지 2만3301㎡ 부지에 세울 ‘드림타워’이다. 1983년 동화투자개발(당시 금산개발)이 호텔을 지으려다 자금 문제로 추진하지 못했다. 2005년 고도제한이 풀리면서 2009년 동화투자개발은 63층 218m짜리 쌍둥이 호텔 건립 계획을 세웠다. 제주도가 인가했으나 이것도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4년이 흐른 지난해 11월에야 투자자가 나섰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루디(綠地)그룹이다. 1조원을 들여 2017년 3월까지 56층짜리 콘도미니엄과 46층 관광호텔 등을 짓기로 했다. 동화투자개발은 기존 63층 2동 건립 계획을 이렇게 바꿔 지난달 28일 제주도로부터 건축설계변경허가를 받았다. 제주도는 “일조권 침해와 바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나중에 일부 설계를 바꾸라”는 조건을 달았다.

 당장 제주도 시민단체들이 반대했다. 1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단체연대회의는 지난달 28일 성명서에서 “드림타워 인허가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검토해 문제점이 확인되면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은 “한라산 조망권이 침해받고, 교통난이 생길 것이며, 일조권 문제가 생기고, 불이 나면 대형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 생각은 다르다. 제주시 노형동 주민 김모(65)씨는 “수십 년간 공터인 곳에 대형 시설이 들어서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교통체증은 걱정이지만 개발한다면 당연히 제주도가 대책을 세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인근 연동 상인 양모(34)씨는 “주변 상권과 제주 관광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2009년에 63층짜리를 짓는다고 할 때는 시민단체들이 별 반응을 안 보이다가 이제 와서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봉기(63) 제주도 건축사 회장은 “도심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해야, 땅이 모자라다며 한라산 중턱을 깎아 휴양시설을 짓는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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