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라드·피오리나 … 제주포럼 성공 일등공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세월호 참사로 참여가 저조할까 걱정했는데 회의장이 꽉꽉 차 안도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로 성장한 제주포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문태영(61·사진) 제주평화연구원 원장은 지난달 30일 기대 이상의 성과에 흡족해 했다.

 제주포럼은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을 지향하며 동아시아의 평화 및 번영을 모색하기 위해 2001년 마련된 국제적 토론의 장. 처음엔 격년제로 열다 2011년부터는 외교·안보·경제에서 문화·환경·여성 등으로 관심 분야를 넓히면서 연례 행사로 성장했다. 행사 규모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실제로 63개 세션에 참여한 올해 참가자는 지난해 3600여 명을 훌쩍 넘어 4000명에 달했다. “9번째를 맞은 포럼이 이제는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는 증거”라는 게 문 원장의 분석이다.

 그는 이번 행사의 최대 성공원인을 “프로그램이 실질적이면서도 다채로웠기 때문”이라고 봤다. “줄리아 길라드 전 호주 총리와 살람 파야드 전 팔레스타인 총리가 토론한 최고지도자 세션도 좋았지만 칼리 피오리나 전 HP 회장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간의 대화 역시 젊은 여성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는 “피오리나 전 회장 세션의 경우 500석이 넘는 좌석이 다 차 청중이 뒤에 서서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한국 외교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논의한 역대 외교장관 회의도 반응이 좋아 연례화하기로 했다”고 했다.

 포럼 측은 한·중·일 기업가 간의 만남도 준비했다. 문 원장은 “21세기 동아시아 번영을 위해서는 외교안보 외에 비즈니스 분야의 성공적인 협력도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기업가뿐 아니라 꿈 많고 개방적인 젊은이들 간의 교류도 이 지역 번영의 기틀이 될 게 분명하다. 그래서 포럼 측은 한·중·일 세 나라 대학·대학원생들이 의견을 발표하는 차세대 지도자 포럼도 열었다. 마침 방한 중이던 미국의 조지워싱턴대 학생들도 참가하겠단 뜻을 전해와 행사는 한·중·일·미 네 나라 영리더들의 모임이 됐다.

 이처럼 이번 포럼이 성공적으로 끝난 데에는 문 원장의 네트워크가 큰 힘을 발휘했다. 외교부 대변인과 독일 대사 등을 지낸 그의 정통 외교관 경력이 주요 인사 섭외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올해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문 원장의 마음은 벌써 바쁘다. 내년이 제주포럼 10회째라 특히 의미 있고 유익한 행사를 개최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그는 “제주포럼과 같은 해에 출범해 자주 비교되는 중국 보아오포럼의 경우 국가주석과 총리가 꼭 참석한다”며 “중앙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발전의 원동력인 만큼 우리도 대통령과 총리가 오면 포럼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주=남정호 국제선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