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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어느날 온 은하계의 모든 지식을 총집합 시키려고 자주에 있는 9백60억개의「컴퓨터」에 대표자가 동시에 질문했다.
『지금까지 단독「컴퓨터」에서는 답을 내지 못한 문제인데…신은 존재하느냐?』
그러자 당장에 대답이 튀어나왔다.
『예스! 이제는 신이 존재한다!』
「프레더릭·브라운」의 단편소설『회답』에 있는 얘기다. 만능의「컴퓨터」가 드디어 신의 자리를 빼앗고 인간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세상은 바야흐로「컴퓨터」의 시대. 미국에서는 2천5백「달러」면 소형「컴퓨터」를 살 수 있다.
이것으로 가정주부는 요리법을 외우고 가계부를 적고 한다. 중학생들은 또 숙제를 푼다.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인기가 있는 것은「컴퓨터·게임」이다.
「텔레비젼」의「스위치」를 누르면「스크린」에 문제가 나온다.
『고대「슈멜」족을 10년간 통치해 보라.』
어린이는「컴퓨터」로 이 문제를 푼다. 잘못 풀면「스크린」에『백성이 몇 명 아사했다. 너는 지배자자리를 쫓겨났다』는 글자가 나온다.
합격일 때는『너는「제퍼슨」과 같은 영웅이다』라고 찍혀 나온다.
물론 미국에서「컴퓨터」를 제일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은 어른들이다. 국제적으로 중요한 정책들도「컴퓨터」의 도움을 받아서 결정하는 모양이다.
최근에 들어온 외신으론「카터」대통령의 주한미군철수결정은『한국군은 외부의 도움 없이도 북괴군을 격퇴할 수 있다』는「컴퓨터」의 해답을 따른 것이라 한다.
인간이「컴퓨터」를 따른 것이다. 「컴퓨터」가 신이 되는 날도 멀지 않았는가 보다. 특히 미국에서.
그러나 아직은「컴퓨터」가 인간을 당해내지는 못한다.
지난해 11월「미니애폴리스」근교에 있는「컴퓨터」가「파리」의 서양장기「아마」선수 7명과 우주위성중계로 대결을 하였다.
「컴퓨터」는 1초 동안에 3천6백개의 수를 읽을 수 있고, 2분 동안에 1백만개 이상의 가능성을 궁리해낼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결은「컴퓨터」쪽의 어이없는 패배로 끝났다. 인간에게는「컴퓨터」가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본능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컴퓨터」는 아무리 정밀해도 사람의 명령을『문자 그대로』만 따를 수 있을 뿐이다. 「데이터」에 대한 해석도 마찬가지다.
가령 남한의 인구가 북한보다 월등히 많다. 따라서 한국군은 그만큼 강할 수 있다고「컴퓨터」는 풀이하기가 쉬운 것이다.
이런「컴퓨터」를 아직은 미국에서도 사람들이「체크」할 수 있다.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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