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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 줄기세포·유전자로 파킨슨병 정복에 도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중앙SUNDAY와 건강포털 코메디닷컴이 선정하는 ‘베스트 닥터’의 파킨슨병과 신경운동장애 분야에선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이종식(57) 교수가 선정됐다. 이는 중앙SUNDAY와 코메디닷컴이 전국 10개 대학병원의 신경과·신경외과 교수 41명에게 “가족이 아프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기본으로 하고, 코메디닷컴 홈페이지에서 전문가들이 추천한 점수와 환자들이 평가한 체험점수를 보태서 집계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선 연세대 의대의 이명식, 손영호 교수와 서울대병원의 전범석 교수 등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종식 교수는 캐나다에서 의술을 펼치다 국내로 돌아온 의사다. 세계 각국의 의학자들과 함께 파킨슨병의 메커니즘에 대해 연구하면서 줄기세포치료·유전자치료 등을 이끌고 있다.

이 교수는 서울대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인턴을 마친 뒤 부모를 따라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는 미국에서 의사 자격증을 땄다. 의대생 때부터 흥미로웠던 ‘뇌 의학’을 전공하기 위해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병원 신경과에 지원해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그는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병원에서 말 대신 몸으로 움직여야 했다. 영어가 달려 응급실에서 비상호출을 받으면 전화 통화를 포기하고 무조건 달려갔다. 늘 예스·노가 헷갈렸고 숫자를 금세 이해하지 못해 머뭇거려야 했다. 그러면서 “살아남아야 한다”를 마음에 새겼다. 결국 생존해 교수직에 올랐다.

당시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신경과엔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파킨슨병을 연구하는 도널드 칸 교수가 있었다. 그는 칸 교수 아래에서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다가 스웨덴 룬드 대학교로 연수를 가 파킨슨병의 세포이식 치료법에 대해 연구했다. 이어 국제학술지에 굵직한 논문들을 쏟아냈다. 그는 1997년 서울대의대 동창회가 선정하는 ‘함춘 의학상’의 첫 해외 부문 수상자로 뽑히면서 국내 의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마침 모국에서 파킨슨병 환자가 늘어나서 골치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일본 준텐도 의대의 요시 미즈노 교수가 2005년 교토에서 개최한 학회에 참석했다가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신경과 이명종 교수를 만난 뒤 고국으로 돌아와 의술을 펼치기로 결정하고 이듬해 서울로 향했다.

“캐나다에선 매주 40~50명의 환자만 보면 됩니다. 연구시간이 보장되고 체계적 행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40여 명씩, 1주일에 200명에 가까운 환자를 봅니다. 처음에는 헉헉댔지요. 연구도 환자를 보면서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합니다. 개인보다 조직을 중시하는 문화도 이질적이었어요. 그러나 한국엔 의사가 성심껏 환자를 치료할 수 있고 이를 병원이 뒷받침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교수에겐 한국 환자들의 문화도 낯설었다. 환자들은 병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부족하면서 근심이 많았다. 대부분의 환자가 자기를 치료하는 의사의 이름도, 약 이름도 몰랐다. 그러면서도 약 부작용은 없는지, 자식에게 언제까지 폐를 끼칠지, 치매가 오면 어떻게 하나를 걱정했다.

“환자가 원하는 것과 궁금한 것을 다 들어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당연히 환자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지요. 환자들에게 관례대로 2~3분 진료시간을 지키는 것이 좋을지, 좀 기다리더라도 할 말 다하는 것이 좋을지를 물었더니 후자가 좋다고 하더군요. 의사에게 못 들은 것은 상담 간호사에게 질문해 궁금증을 풀게 하고 간호사가 대답할 수 없는 것은 나중에 제가 다시 알려주지요.”

이 교수는 “인터넷엔 ‘파킨슨병은 불치병이니 약을 먹으면 온갖 부작용에 시달린다’는 등 근거없는 소문이 떠돌고 있지만 파킨슨병은 당뇨병·고혈압처럼 약과 생활요법을 통해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병”이라고 단언한다.

간혹 약이 듣지 않은 경우에도 뇌 심부(深部)자극술 등을 통해 증세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파킨슨병과 유사한 다(多)계통 위축증·진행성 핵상마비·파킨슨 치매 등 이른바 ‘파킨슨증후군’은 치료가 힘들지만 파킨슨병을 이와 혼동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일반인의 파킨슨병에 대한 오해를 씻어 주기 위해 2007년 하버드대 의대에서 출판한 파킨슨병 안내서를 번역한 『사랑으로 치유하는 파킨슨병』을 출간했다.

이 교수는 세계 각국의 우수한 연구진과 함께 파킨슨병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미국 파인슈타인연구소의 데이비드 아이델버그 박사와 PET와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을 이용해 파킨슨병과 파킨슨증후군을 구별하는 방법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줄기세포 치료제 관련 연구도 함께한다. 스웨덴 룬드 연구소 데니스 키릭 박사와는 파킨슨병의 유전자 치료법에 대해, 국제파킨슨병과 관련병학회 회장인 네덜란드의 에릭 윌터스 박스와는 파킨슨병의 세포치료에 대해 공동연구하기로 했다.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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