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표절·국적 … '네거티브 한 방'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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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6·4 지방선거판이 비방전으로 물들고 있다.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이 다급함을 느끼고 있는 데다 지난 29일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면서 일단 상대에게 흠집부터 내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어서다.

 30일엔 여야 지도부까지 네거티브전에 가세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했다. 이 위원장은 서울시 학교급식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공방과 관련해 “(박 시장이) 어린 학생들에게 못할 짓을 하고도 아무 일도 없다고 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윤상현 사무총장도 “아이들 생명을 위협하는 거짓말을 하는 박 시장은 시민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고 공격했다. 박 후보 측은 “(농약이) 극히 미미한데도 침소봉대한다”며 “패배를 앞둔 마지막 발악”이라고 반격했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가 대학생 때 제주도 땅을 구입했다며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경기지사 후보의 제주도 땅 관련 의혹도 커져 유권자들이 상처를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남 후보 측은 “투기가 아니다. 이미 기부채납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맞섰다.

 유정복(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 측은 “새정치연합 송영길 후보와 김한길·안철수 대표가 소년체전 수영경기장에 구두·운동화를 신고 돌아다녀 물의를 빚었다”고 주장했다. 실내수영장의 안전규정상 신발을 벗도록 돼 있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송 후보 측은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면서도 유 후보의 형이 운영하는 회사를 문제 삼았다. “유 후보가 형 회사에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자녀 유학비 등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강원지사를 놓고 다투는 최흥집(새누리당)·최문순(새정치연합) 후보는 논문 표절 공방을 주고받았다. 최흥집 후보 측이 “최문순 후보의 논문은 짜깁기”라고 주장하자 최문순 후보 측은 “최흥집 후보의 논문은 동료의 논문을 그대로 복사한 수준”이라며 맞불을 놨다. 최흥집 후보는 표절을 시인한 뒤 “최문순 후보도 표절을 인정하라”고 압박했다.

 교육감 후보들 도 도를 넘고 있다. 상대 후보의 자녀들을 ‘먹잇감’으로 삼았다. 진보 성향 조희연 후보는 “미국 시민권자인 고승덕 후보의 장남이 징병검사를 연기했다” 고 몰아세웠다. 고 후보는 “복수국적인 장남이 국적을 택할 때까지 문제가 없다. 아이만은 건들지 말라”며 눈물을 흘렸다. 고 후보는 “두 자녀를 외고에 보낸 조 후보가 외고·자사고를 특권학교라 비판할 수 있느냐”며 맞불을 놨다. 조 후보는 “아이를 막을 수 없었다. 송구하다”고 했다. 고 후보와 조 후보는 각각 27, 30일 상대방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했다.

  한국외국어대 이정희 교수는 “흑색선전·비방에 대해선 선거 이후라도 책임을 묻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선자 중 56명이 당선무효형을 받아 재·보궐 선거에 373억원의 세금이 들었다. 

강태화·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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