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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굴비가 사라져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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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6백여년 동안 밥상의 총아로 군림했던 전남 영광굴비(석어)가 7∼8년전부터 자취를 감추고 있다.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다는 영광굴비는 전국 식도락가들이 즐겨 찾던 기호품.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전남 영광군 법성포 앞 칠산바다는 조기떼를 따라 몰려든 2백∼3백 척의 어선으로 뒤덮였고 수협을 통해 판매되는 하루3천∼5천여만원 어치의 조기위판으로 법성포는 불야성의 파시 (파시)를 이뤘었다.
그러나 이 경기는 7∼8년전부터 쇠퇴하기 시작, 올해는 성어기가 다 가도록 조기배가 들어오지 않고 굴비를 매달던 절대만이 허전한 듯 우뚝 서 있을 뿐이다.
조기떼가 북상하면서 칠산 앞 바다에 산란할 때쯤이면 줄지어 몰려들던 법성포「러시」도 이제는 옛말로 쓸쓸한 포구로 전락되어 버렸다.
법성포 앞 바다는 「칠산삼봉」이라 하여 7개의 산과 3개의 큰 봉우리가 있어 수온이 조기 산란장으로 알맞아 흑산도를 거쳐 북상하는 조기떼가 이곳을 적지로 삼았다.
그러나 이 조기들이 7∼8년전부터 거의 찾아들지 않고 있다.
이곳 수협에서는 수온변동으로 고기의 회로가 바뀐 것으로 짐작한다.
또 일부 어민들은 흑산도 근해에서 조기를 남획, 칠산 앞 바다를 거치는 동안 전멸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법성포 어민들은 영광굴비의 명맥을 잇기 위해 4∼5년전부터 흑산도까지 조기잡이 원정(?)을 가거나 딴 곳에서 조기를 사들여 오고 있으나 그나마 수량이 적어 작년까지만 해도 법성포 포구주변에는 2천두름씩 걸 수 있는 걸대가 50여개소나 있었지만 올해는 5개소 밖에 없고 거의부세 몇두름만이 걸려 있을 뿐이다.
영광굴비의 맛은「말리는 비법」에서 나왔다는 게 어민들의 말.
조기아가미에 소금을 넣어 석간하여 약3일간 쌓아두었다가 민물에 씻은 다음 햇빛을 피해 바닷바람에 서서히 말리면 살을 그대로 찢어 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구운 맛 이상을 낸다는 것.
칠산 앞 바다 조기잡이가 해가 갈수록 쇠퇴해지자 어민들은 척당 60만∼80만원의 출어비에 못 견뎌 배를 팔고 전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영광=황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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