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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하다가…" 트라우마 시달리는 생존 단원고 학생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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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샤워하다가 유리창에 서린 수증기를 보면 놀라서 뛰쳐나옵니다.”

세월호에서 구조됐지만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 얘기다. 구조된 학생 부모 10여명은 29일 안산 정부합동분향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살아남았지만 애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지난달 30일 퇴원해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된 친구들을 조문했다. 이후 안산의 모 연수원에서 한달 째 심리치료와 교과수업을 받고 있다. 구조된 75명 가운데 71명이 연수원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 4명중 2명은 아직 병원치료를 받고 있고 2명은 학교로 복귀했다.

학부모 대표 장동원 씨는 “아이들의 표정이 차츰 밝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씨는 “대부분이 낮에는 멀쩡해 보이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기도 한다”며 “하지만 밤에는 무서워하며 엄마·아빠를 찾는다”고 덧붙였다. 또 “어떤 학생은 살려달라며 발목을 잡았던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괴로워하고 있다”고 장씨는 전했다. 연수원에서 지낸 지 2주뒤 부터 교과수업을 받고 있지만 집중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단원고측은 학생들이 빨리 학교로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반대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바뀐 게 하나도 없다. 기존 교육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치유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부실하기 짝이 없다”며 “전문가 집단이 머리를 맞대고 혁신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내놓기 전에는 애들을 학교로 돌려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안산=임명수 lm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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