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지주사 적대적 M&A 타깃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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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의 최대주주가 외국계 투자회사로 바뀌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영국계 투자기관인 크레스트 시큐리티즈는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SK㈜ 주식 1천96만8천7백30주를 장내 매수해 8.64%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크레스트 시큐리티즈는 기존 최대주주였던 SK C&C(8.49%)를 제치고 SK㈜의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크레스트 시큐리티즈의 1대 주주 부상은 SK글로벌 사태 이후 최태원 회장의 지배권 약화와 주가폭락 등으로 SK그룹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이 끊임없이 나도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크레스트 시큐리티즈는 SK글로벌 사태 이전에는 SK㈜의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대량 매수에 나선 것으로 드러나 SK㈜에 대한 적대적 M&A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크레스트 시큐리티즈는 공시를 통해 이번 지분 매입의 목적을 '수익 창출'이라고 밝혀 일단은 경영권 획득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SK그룹은 크레스트 시큐리티즈가 적대적 M&A의 의도를 갖고 SK㈜의 주식을 집중 매입했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진의 파악과 함께 대책마련에 나섰다.

SK 관계자는 "현재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등 우호적 지분에 자사주까지 합치면 전체 지분의 23.5%에 달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면서 "일단은 공시대로 투자 목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만약 적대적 M&A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될 경우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K㈜에 대한 계열사와 오너 일가의 지분은 13.26%로, 자사주 10.24%까지 합치면 모두 23.5%에 이르지만 SK글로벌 사태 이후 SK㈜ 주식을 집중 매도했던 외국인들이 최근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3일 현재 SK㈜의 외국인 지분율은 34.89%에 달해 적대적 M&A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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