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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의 전통음식|본고장 인사들이 추천하는 「무형문화재」후보|충청도 지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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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순박하고 꾸밈이 없는 충청도 사람들의 기질처럼 이 고장의 음식 또한 흔한 재료를 소박하게 조리한 평범한 것들이다.
사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충북지방은 생선이 드물어 자반이나 젓갈 구경이 고작이지만 향기 높은 산채와 버섯은 일품.
백제의 옛 도읍 부여가 고향인 시인 정한모씨는 웅어회를 고향의 맛으로 꼽는다. 『웅어가 백마강의 명물이라는 것은 세종지리지에도 기록이 되어있지요. 참나무 순이 돋아날 무렵인 초여름에 잡은 은빛 웅어로 회를 쳐 초고추장에 무쳐먹는 맛은 일미지요. 웅어는 잔가시는 많지만 비린내가 없고 담백해 회로 먹기에 좋아요.』
유정숙씨(서울교육대 박재규 학장부인)는 백제의 한 도읍터였던 공주의 장국밥과 간월도의 어리굴젓, 그리고 충청도지방 어느 곳에서도 흔하게 재배되는 단호박으로 쑨 호박죽을 충청도의 맛으로 꼽는다.
『노성은 서해의 바닷물과 금강의 민물이 만나는 지역인데 거기서 잡히는 게로 담근 게장도 유명하지요. 그리고 시골 닭은 대개 놓아기르지만 특히 나무 위에 잘 오르는 연산의 닭은 옛날에는 나라님께 진상되던 충청도 특산이었다고 해요.』하고 유씨는 얘기한다.
경기도와 인접한 충남 아산에서 자란 작가 이규희씨는 가을철 빨갛게 잘 익은 재래종 단호박을 둥글게 썰어 말린 호박고지로 여러가지 요리를 만들었던 것 같다고 회상한다.
『쌀가루에 비들비들 습기가 가시도록 말린 호박고지·강남콩·팥 등을 넣어 함께 버무려 시루에 찐 호박범벅은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달고 향기로 왔습니다. 그 소박하고 구수한 맛은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고향의 맛입니다』고 이규희씨는 말한다.
서해에 면한 서산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홍난희씨 (변호사 이주식씨 부인)는 간월도산 토종굴로 만든 어리굴젓과 게젓·소라젓 등 젓갈류와 무우지짐이, 새옹지를 충청도 향토음식으로 꼽는다.
늦가을 벼를 베고 난 뒤의 논이나 방죽에서 잡히는 담수새우와 싱싱한 무우를 함께 요리한 것이 구수한 무우지짐이.
『김장김치가 익듯 맛이 들어 누렇게 익은 새옹지를 작은 뚝배기에 담아 밥솥 위에 얹어 찌거나, 불 위에 그대로 얹어 끓이면 구수한 감칠맛이 된장찌개에 비할 바가 아니지요.』한결같이 소박하고 토속적인 맛이라는 홍씨의 실명이다.
다음은 장국밥과 어리굴젓 만드는 법-.

<장국밥> (유정숙씨댁)
①양지머리 사태는 통째로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양은 기름을 뗀 후 검은 부분은 소금으로 문질러 씻는다. 준비한 앞의 재료를 모두 솥에 넣고 넉넉히 물을 부어 3시간쯤 푹 끓인다. ②고기를 삶는 중간에 손질한 무우를 통깨로 몇 개 넣는다. ③고기가 익으면 양지머리와 양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사태는 결대로 손으로 찢는다. 무우도 납작납작 썬다. ④3년이상 묵어 단맛이 짙어진 간장에 다진 마늘 파와 참기름·깨소금·후춧가루를 넣어 양념을 한다. ⑤양념한 고기와 5㎝길이로 썬 파, 손질하여 썬 다시마를 함께 넣어 다시 한번 샅짝 끓인다. ⑥뚝배기에 밥을 적당히 담고 파1 뿌리, 다시마 2∼3쪽, 고기를 얹은 후 국물을 부어 상에 올린다. 고춧가루를 곁들여도 좋다.

<어리굴젓> (홍난희씨댁)
ⓛ알이 잘고 단맛이 있으며 빛깔이 검은 재래종 굴을 골라 손질한 후 채반에서 물기를 빼고 소금을 뿌려 2∼3일 두어 굴과 소금의 맛이 어우러지게 한다. ②팔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은 후 고운 고춧가루를 넣고 곱게 갠다. ③굴 국물에 고춧가루를 약간 떨궈보아 확 풀어지면 갠 고춧가루와 소금에 절인 굴을 함께 버무린다. ④2,3일 지나 어리굴젓이 익으면 상에 올릴 때 곱게 채친 생강 마늘을 위에 얹어 장식한다. 싱싱한 배를 채쳐 얹어도 좋다. 굴의 산란기(5∼8월) 만 피하면 사철 어느 때고 즐겨 담아 먹을 수 있는 밑반찬용 젓갈이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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