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늘어난 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점이 눈에 띄게 늘고있다.『대학가에 술집은 있어도 서점은 없다』던 3∼4년 전까지의 대학풍속도나『번화가 비싼 땅에는 서점이 설 수 없다』던 도시풍경이 이젠 바뀌어 가고 있다. 대학가에도 도시 중심가에도 이제 서점이 즐비하다. 지난해 연초까지만 해도 전국에 2천7백60개이던 서점이 1년 남짓만에 8백여군데가 늘어 9일 현재 3천5백여곳이 됐다.
서울의 경우 한햇동안 2백여 서점이 늘어나 8백여곳이 됐고 그중 대학부근에만 20여곳이 새로 생겼다.
3만여종의 도서를 구비한 동화서적 같은「매머드」서점이 서울 종로거리에 등장한 것은 지난해의 일이다.
대구만 해도 중심가에 지난해부터 7개의 대형서점이 생겨났고 부산·광주·대전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다.
서점증가 현상에 따른 두드러진 특징은 교수 등 교육자 출신 또는 대학졸업자의 서점개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내에선 이런 서점이 10%에 이르고 있으며 전국서적상조합연합회(약칭 서련)에는 요즘도 하루 2∼3명씩이 서점개설을 위한 상담을 해오고 있다는 이정섭 국장의 귀뜸이다. 서울시내의 서점주 가운데 대학교수출신이 7∼8명은 된다고 한다.
이 같은 서점의 격증, 서점주인의 고학력화는 물론 독서인구의 꾸준한 증가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도서정가판매가 정착된 결과로 풀이하는 사람들이 많다.「덤핑」에 의한 가격경쟁이 없어지면서 적정이윤이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서점이 독자에 대한 1차적 독서지도자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란 긍지를 갖게 된다는 점도 있다.
특히 최근의 출판계가 자율적 규제의 힘을 잃고 있는 판도에서 서련이 양서권장, 악서추방의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련」은 급격히 늘어나는 회원과 전국 시·군 조직망을 정비, 그 단결된 힘으로 양서보급·악서추방과 함께 독서인구 확대운동까지 벌여갈 참이다. 출판사들이 과당경쟁으로 조잡한 책을 마구 만들어 낼 때 그것을 서련에서「체크」하고 그런 책은 맡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련은「출협」이나 학계·교육계의 자문을 받아 이 같은 책의 도태에 앞장서겠다고 한다.
출판시의 등록과 출판도서의 납본만으로 시판할 수 있는 현행법으로는 악서도태는 자율규제에 의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를 출판사에서 못하니까 서점들이 해내겠다는 것이다. 우선 5월 한달 동안은 아동도서부문에서 양서보급운동을 벌이고있다. 전국 3천5백여 회원서점에서 성인용 만화는 어린이에게 팔지 않고 각 교위추천도서·문공부 추천 도서 등을 우선해서 팔고있다.
한편으로는 언젠가는 서점주인이 사서가 되어 양서를 고객에게 권할 수 있어야한다는 점에서 회원자질향상을 위한 연수교육도 벌여나가기로 했다.
또 전국조직망을 동원,「서련」은「1면1서점」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전국1천5백「무서점면」을 없애 독서인구 확대운동을 펴자는 것이다. 벽지의 소규모 서점은 지금까지 합리적인 경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서점 자체가 존립할 수 없었다. 중간 도매상이 있다고는 하지만 1∼2권의 책을 벽지 소매상에 공급하려고 하지 않고 그런 규모의 서점이 출판사와 직접 거래도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서련」은 오는 6월부터 전국 48개 지구조합별(서울12·지방36)로 공동 구매기구를 발족한다.
이 공동 구매기구는 한국도서 유동협의회와 l차적으로 계약을 맺고 다른 출판사와도 구매계약을 맺어 지구별 도서 공급권을 독점하고 회원서점에는 의무적으로 아무리 적은 양의 도서라도 공급하게 된다.
출판사가 영업비를 줄여 내용개선에 더 많은 투자를 함으로써 양서를 만들게 하고 판매에 따른 업무를 서점이 맡겠다는「서련」의 주장이다.
이 같은 공동구매기구설립은 최근 출판사 측에서 여러 갈래로 모색되고있는 공동판매기구설립이 이루어지면 단순한 유통 뿐 아니라 양서보급, 악서추방의 자율적 규제장치로서도 새로운 출발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권순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