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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도 ?" … 사스 공포 번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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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공포가 국내에도 확산되고 있다. 아직 확인된 내국인 환자는 없지만 감기 증세가 심하면 사스 감염을 의심하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사스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과 보건소를 찾는 사람이 많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희비가 엇갈린다.

◆사스 공포 확산=우체국 직원이라고 밝힌 박동국씨는 최근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려 "국제우편을 취급하는 자신들은 사스 공포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장미봉(27.여)씨도 중국 상하이(上海) 등지를 20여일간 여행하다 지난달 28일 귀국한 뒤 독감 증세가 보여 혹시 하는 마음에 보건소.국립보건원 등을 다녔지만 "좀더 지켜보자"는 대답만 듣고 불안에 떨고 있다.

이처럼 불안해 하는 사람이 늘면서 국립보건원과 일선 보건소에는 신고 전화가 빗발쳐 업무를 못할 정도다. 신고 전화는 보건원의 주무과인 방역과와 전염병정보관리과.역학조사과.실험실 등에 수시로 걸려온다. 이 때문에 방역과의 5개 유선전화는 거의 통화 중이며, 직원들은 중요한 업무전화를 아예 휴대전화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보건원에서 감염 여부를 검사한 경우는 모두 14명. 1차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심한 감기거나 편도선염으로 드러났다.

검역의 최일선인 공항검역소의 긴장감도 더해가고 있다. 최근 중국.홍콩 등 위험지역으로부터의 입국자 수가 평소 하루 3천여명에서 2천여명으로 줄었지만 유학생.해외 주재원 가족 등 장기체류자들이 대거 입국하기 때문이다.

◆희비 엇갈리는 업계=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인터컨티넨탈호텔은 각 화장실에 기존 비누 외에 한 번 더 손을 닦도록 특수 살균 비누를 최근 비치했다. 객실 냉난방 필터도 교환 주기를 앞당겨 모두 바꿨으며, 문 손잡이.전화기.계단 난간 등 사람 손이 많이 닿는 곳을 특수 살균제로 소독했다.

주 고객인 외국인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해외여행을 자제해 호텔의 객실 예약률은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도 울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여행객들이 눈에 띄게 줄자 중국과 동남아 일부 노선의 항공료를 50% 가량 깎아주고 있다.

여행사들도 태국과 필리핀 등지로 여행하는 패키지 가격을 20~40% 가량 내렸으며, 중국 남부지역의 여행상품은 대부분 취소했다. 베트남.캄보디아 전문여행사인 위더스관광의 정효숙(40)실장은 "최근 하노이에 괴질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베트남 여행객 50여명이 모두 여행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로 나가려는 관광객들이 제주지역으로 발을 돌리면서 제주도는 이번 주말 평소(1만5천여명)보다 세배 정도의 관광객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결혼시즌을 맞아 해외 신혼여행을 포기한 허니문 고객들이 제주로 몰려들면서 이번 주말의 항공권은 물론 호텔 객실, 렌터카 예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 신라의 경우 지난해 4월 첫째 주말의 객식 점유율이 50%에 불과했지만 이번 주말은 만실이다.

마스크 업체들도 홍콩이나 중국으로부터 제품 주문이 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마스크 제작업체인 도우 메디칼 김건수(38)차장은 "기존 거래처로부터 주문이 네배 가량 늘면서 공장을 2교대로 풀가동하고 있지만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를 렌털 판매하는 웅진코웨이 정윤종(36)차장은 "황사 영향에다 사스 파문 등으로 3월 공기청정기 판매가 지난달보다 59%나 늘었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이양수 홍콩특파원, 신성식.정철근.이수기.권근영.고란 기자 <ssshi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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