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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학의 현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27일 국토 통일원에서는 「북한 문학 학술 토론회」란 「심포지엄」이 개최되어 오늘의 북한 문학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국내문인·전문가들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문학은 한시대의 사회상과 인간 상황을 가장 첨예하게 반영하는 예술 형식인 만큼 오늘의 북한 사회의 이질화 실상을 파악하는데 있어 북한 문학의 현황을 분석하는 것보다 더 유용한 수단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작업은 또한 북한 지역에 현존하는 이단적 문화 현장으로부터 민족 문학의 정통성을 수호한다는 우리의 문제 의식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
공산주의 사회에서의 문학 예술은 당의 정치 공작 수행을 위한 선전 선동의 수단으로만 간주되어 있다.
이른바 「혁명」 수행 기간 중에는 반대 세력에 대한 광신적 증오와, 당에의 무조건적 복종을 구가해야하고, 탈권 이후에는 생산 증대에의 동원과 공산 통치자에 대한 유보 없는 찬가를 노래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문학 예술」의 기능이다.
이 절대적 당적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동원되는 창작 기법을 그들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 부르고 있으며 그 이외의 문학 사조나 창작 기법은 전면적으로 불법화되어 있다.
이에 따라 공산 사회의 문학은 예술 본연의 자유로운 탐구 정신이나 개인적 창의성을 박탈당한 채 한낱 통치 권력의 「캠페인」 장치로서의 역할밖엔 대항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문학이나 문단 상황은 바로 이 정치적 「캠페인」 장치로서의 기능을 공산 사회 가운데서도 가장 유치한 형태로 수행하고 있는 「삐에로」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김일성 일가의 세습적인 신격화가 아니면 한국과 미국에 대한 욕설적인 증상을 천편일률의 흑백논리로 조립해 놓는 것이 이를테면 북괴판 『사회주의 「리얼리즘」인 셈이다.
특정의 정치적 구조나 「이데올로기」에 결박당하지 않는 자유로운 인문성의 존재론적 고뇌나 원망·기쁨·절규·구도 같은 것을 작품화하는 것은 「비본질적이고 반동적」인 요소로 억압당한다고 「휴머니즘」이니 서정이니 정신이니 하는 주제도 아예 원천적으로 용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작가 개인의 독특한 개성이나 기법 발휘도 허용되지 않는다.
「작가」라는 신분의 당원들은 오직 김일성 하나만을 우상처럼 예찬해야하고, 당의 지시와 주문에 따라 일정한 기간에 일정한 당성 있는 「작품」을 주어진 도식에 맞춰 「집체 생산」하기만 하면 그뿐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 심성의 근저를 구명하려는 심오한 탐구 문학이 창출 될 리는 만무하며, 하물며 인간 정서의 순결한 꽃이라 할 사람의 순애보나 동심의 꿈이 수놓아질 수는 더욱 없는 일이고, 현실에 대한 「리얼」한 증언 문학이나 고발 문학도 바랄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점에서 오늘의 북한 「문학」은 「인간 탐구의 예술」 또는 「정지하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의 표출」로서의 문학 본연의 기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나간 비 예술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삭막한 풍토는 결국 오늘의 북한이 처해 있는 폐쇄적 전체주의 사회의 암흑상을 반영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며 이런 억압이 지속되는 한 자유로운 사고 표현과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진정한 문학 예술을 북한에서 기대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이 점에서, 신문학 70년을 맞이하는 우리와 당대 문학과 작가·평론가들은 북괴의 이단적 「캠페인」 언어들의 「반달리즘」 (문명 파괴)으로부터 문학 예술 본연의 순수한 영토와 작가 정신을 수호하고, 그들이 말살하고 있는 전통 문화의 문학적 형식과 내용들을 계승·발전시켜야 할 2중의 사명을 안고 있다 하겠다. 이에 대한 모든 문학인·전문가들의 지속적인 연구와 관심 경주를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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