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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제3호 「터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탈리아」의 「로마」와 「피렌체」 사이의 국철은 3분마다 특급 열차 하나씩이 달릴 정도로 붐비는 노선이다. 직행 특급으로도 3시간은 걸린다
그래서 시속 2백50㎞의 고속 열차를 운행하여 그 소요 시간을 90분으로 줄일 수 있도록 길이 10㎞의 「파브로·터널」 공사가 지난 69년에 착공됐었다.
이 거창한 공사는 드디어 76년에 완공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열차가 달리기에는 너무 천장이 낮았다. 하는 수 없이 「이탈리아」 국철 당국은 몰래 천장 「콘크리트」벽을 1m씩 깎아내는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사연인즉 이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 73년 터널 설계의 국제 규격이 바뀐 것이다. 새로 달리기 시작한 서독의 고속 열차를 위해서였다.
이것은 하청 공사 업자는 물론이요, 국철 쪽에서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웃을 수 없는 희극은 「이탈리아」적 관료주의의 병폐에서 나온 것이지만, 「터널」 공사란 그 자체가 원래 매우 힘드는 일인 것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터널」은 BC 525년에 완성됐다는 포뇌의 「사모스」섬에 있는 「유파리누스」라는 수도다.
단면이 2평방m, 석회암을 1㎞나 뚫어서 만든 것으로 「헤로도토스」도 이 공사를 가리켜 당시의 3대 공사중의 하나로 대서 특필했다.
세계에서 제일 긴 「터널」은 미국 「케츠킬」산에 있는 「델라웨어·터널」로 길이가 1백34㎞가 넘는다.
그러나 이것은 수도 「터널」이고, 교통을 위한 것으로는 「스위스」와 「이탈리아」 사이의 「알프스」를 뚫어 만든 「싱프롱」의 20㎞가 제일 길다.
도로 「터널」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의 「알프스」를 뚫어만든 「몽블랑·터널」이 아직까지는 세계 최장을 자랑하고 있다.
길이가 11·6㎞나 되며 64년에 완공하기까지 2백억원 이상의 공사비가 들었다고 한다
오늘 서울 남산 제3호 「터널」이 착공 24개월만에 개통됐다. 길이가 1천2백70m라니까 세계적으로는 열째 밖이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또 하나의 명물을 갖게된 셈이다. 강남과 도심 사이의 교통 소요 시간이 40분대에서 단 5분대로 줄어든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터널」이 관통된 다음에 측량한 결과 당초의 설계와의 오차가 불과 5㎝밖에 안됐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기술진이 그만큼 뛰어났다는 예증이라고 할만하다.
특히 이번 「터널」에서는 조명과 환기에 많은 배려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환기에 만전을 기했다는 남산의 「터널」도 지금은 엉망이다.
앞으로 사람들까지 걷게 되는 제3호 「터널」의 환기와 조명에 대한 손질이 얼마나 잘 되어 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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