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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바그다드 결전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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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 육군 제3 보병사단이 바그다드 외곽 사담 국제공항을 장악하는 전과를 올림에 따라 이제 미.영 연합군이 바그다드에 언제 어떻게 입성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합군은 속전속결 전략으로 개전 2주 만에 사담 후세인 정권의 심장부 목전까지 왔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후세인 정권이 필사적 반격을 시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선(先) 포위 후(後) 공격"=미국은 바그다드 시가 진입에 앞서 이르면 이번 주말에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포하고 시 외곽에 이라크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AP통신이 4일 보도했다. 통신은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 등 국방부 간부들이 3일 시가전에 앞서 임시정부를 수립함으로써 이라크군과 바그다드 시민들의 전의를 꺾고 후세인 정권을 고립시켜 조기 승리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임시정부 본부로는 사담 국제공항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섣불리 전면적 시가전을 벌일 경우 궁지에 몰린 이라크군이 생물.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시민을 인질로 한 공화국수비대의 반격으로 장기적 소모전과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더 타임스,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 영국 신문들도 "연합군은 당분간 특수부대를 투입해 이라크 지도부 요인 암살 등을 통해 지휘기능 마비를 시도하는 한편 심리전을 병행해 이라크의 사기를 꺾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3일 오후 9시쯤 바그다드시 전역에 개전 후 처음으로 전기 공급이 끊긴 틈을 타 델타포스(미군).SAS(영국군) 등 특수부대원 수십명이 시내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미군은 "개전 이래 2주간 방영된 후세인 대통령의 TV 화면 모습은 모두 사전에 녹화된 것으로 보인다"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기자회견을 아랍어로 번역해 이라크 국민에게 방송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이와 함께 이라크군 지휘관들에게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해 후세인 유고설을 퍼뜨리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 정보기관 관계자는 "후세인이 살아 있다는 바그다드 시민들의 확신을 무너뜨려 반(反)후세인 봉기를 유도하는 것이 심리전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 "연합군은 덫에 걸렸다"=그러나 이라크는 "후세인 대통령 등 지도부와 공화국수비대는 건재하다"며 미군의 심리전에 넘어가지 말라고 국민을 독려하고 있다. 또 민간인과 군인을 뒤섞어 연합군의 화력에 제약을 가하고, 외부 게릴라전을 병행해 연합군의 포위에 대항할 전망이어서 바그다드 점령 작전은 장기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아랍 언론들은 분석한다.

아랍 전문 사이트인 알 바와바 닷컴은 "후세인은 개전 이틀 전에 비밀 지휘통제본부로 거처를 옮겼으며, 미군의 통신추적을 피하기 위해 전령을 통해 모든 지시를 내리고 있다"며 미군이 그를 제거하려면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3일 보도했다.

레바논 일간지 알 안와르도 "6만명의 공화국 수비대와 2만명의 특수공화국수비대가 시내 요소에 진지를 구축하고 민가에 잠입해 시가전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연합군의 장기 포위에 대비해 6개월분의 식량과 에너지원을 비축했다"고 전했다.

아랍 언론들은 "그러나 후세인 정권이 미군의 우려대로 생물.화학무기로 저항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면서 "국제사회, 특히 주변 아랍국가들의 지지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찬호.서정민 기자

<사진설명>
4일 바그다드시 경계로부터 6km 지점에 위치한 사담 국제공항의 격납고에서 연료 탱크가 불타오르고 있다. 미군은 이날 이라크군과의 교전 끝에 사담 공항의 대부분을 장악했다고 발표했다.[사담 국제공항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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