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작업 중 졸면 해고할 수 있다|대법원판결 "근무장소 떠나 조는 건 무단이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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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야간작업 중 졸았다는 이유만으로도 해고사유가 된다는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민사부는 18일 황영환씨(경기도 인천시 북구 산곡2동 87)가 한국 「베어링」(대표 노정호·서울 중구 묵정동 257)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재재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패소판결을 확정했다. 6년을 끈 이 사건은 『졸았다는 이유로 해고한다는 것은 해고권의 남용이다』는 서울고법의 견해와 『해직사유가 된다』는 대법원의 견해가 엇갈려 그동안 3차례나 두 법원을 오락가락한 것.
원고 황씨는 71년 12월 14일 상오 2시10분 이 회사 부평공장 선삭실 생산조장으로 근무 중 30분 간격으로 두 차례 졸았다가 적발되어 12월 21일 해고된 뒤 소송을 냈었다.
황씨는 송장에서 그해 12월 9일 모범공원으로 표창을 받은 바 있는 자신에게 졸았다는 이유로 「해고」라는 가장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었다.
회사측은 황씨가 1년 전 야간근무 중 졸다 적발된 일이 있었고 ▲30분 간격으로 장소를 절단실로 옮겨가며 졸았다는 것은 감독자(조장)로서 솔선수범은커녕 작업 질서를 문란케 한 것이며 ▲제품(베어링)이 1백분의 1mm까지 따지는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졸면 조잡품이 나와 회사가 큰 손해를 입게 된다는 이유를 들어 해고조치는 당연하다고 맞섰다.
이에 서울민사지법은 72년 11월 15일『회사가 결정한 해고처분은 정당했다』고 판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으나 서울고법은 73년 6월 27일『두 번 졸았다는 이유로 해고한다는 것은 타당성을 잃은 해고권의 남용』이라고 판시, 원고 승소판결을 내림으로써 이 사건은 대법원에 올라가게 됐다.
대법원은 73년 3월 22일 『적발된 지 30분만에 장소를 옮겨가며 조는 등 「무단이탈」까지 하는 것은 해고사유가 된다』고 판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74년 6월 28일 대법원의 견해를 따르지 않은 채 ▲두 번째 졸다 적발된 절단실은 황씨가 근무하는 선삭실과 공정상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무단이탈」로 볼 수 없으며 ▲황씨가 졸아 회사가 손해를 입는다는 것을 예상할 수는 있으나 이 사건에서 구체적인 손해를 입은 것은 없었다고 판시, 또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77년 3월 22일 1차 대법원 판결이유와 같은 이유로 파기, 서울고법으로 돌려진 뒤 77년 10월 7일 결국 서울고법이 대법원의 견해대로 판결, 이번에는 황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기각함으로써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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