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튼 "오바마 공들이는 TPP, 미국 리더십 회복 계기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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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오늘날 미국은 리더십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쇄락하는 미국의 국제적 지위와 리더십이 논란이다. 2010년 초 발생한 아랍의 봄과 이후 시리아 사태 등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도 이런 논쟁에 일조했다.

 오바마의 소극적 외교정책은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정책에 대한 반작용인 동시에 미국 내 경기불황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009년 이후 2%에도 미치지 않는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실업률도 6.3%로 높다. 앞으로 2년 반 남은 오바마 재임 중 마비된 미국의 국내 정치는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중요한 경제·전략적 족적을 남기고 미국의 입지를 다시 세울 수 있는 한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현재 TPP 회원국은 미국과 말레이시아·베트남·일본을 포함한 12개국으로 늘어났다. TPP 는 세계 GDP의 40%, 국제 무역의 30%를 차지한다. 오늘날 TPP 가입 희망국 중 한국은 가장 준비된 나라다. 한국은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TPP 조약 내 대부분의 기준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세계 12번째 경제대국인 한국의 TPP 참여는 태평양 지역 내 자유무역지대 형성 과정에서 한국의 기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TPP 협상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다. 미국은 TPP에 가입한 2008년 중국과 양자 투자조약 협상에 착수했다. 중국 정부는 TPP를 잠재적 기회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TPP는 오바마 행정부의 무역 현안 중 가장 원대한 목표다. 오바마는 TPP와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태평양과 대서양 지역에서 서비스 및 기술 상품의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오바마의 본격적인 TPP 추진은 11월 중간선거 이후가 될 전망이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TPP가 의회에서 비준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경제 성장을 이끌고 미국의 국제적 지위를 회복할 수 있는 황금의 기회를 활용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볼튼 전 백악관 비서실장>

◆특별취재팀=남정호·박소영·유지혜·이충형 기자

◆중앙일보-CSIS포럼=중앙일보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미의 대표적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반도 주변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해온 연례 포럼. 2011년 출범해 올해로 4회째다. 1962년 설립된 CSIS는 세계적 싱크탱크로, 미국의 대외정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등 미국 외교계 거물들이 이사와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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