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의 일부 규제 완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업이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할수록 도시의 무질서한 팽창을 막고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생활 환경의 보존과 국토 공간의 균형 발전이란 차원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명제다.
이런 관점에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관련된 규제 일부를 완화하되 그 대신 불법행위를 더욱 철저하게 엄단하고 그 관리를 더욱 강화키로 한 정부의 조치는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린벨트」는 말할 것도 없이 대도시의 평면적인 확산 방지와 심화해 가는 공해 문제에 「브레이크」를 걸어 풍치를 조성함으로써 도시 생활의 기본 요건인 생활 환경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설정되는 세계 공통의 규제 조치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린벨트」는 도시의 개발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인구 및 산업 시설의 대도시 집중을 물리적으로 억제하고 인구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린벨트」는 나무와 숲이 울창한 산, 푸른 물이 넘실거리는 강과 호수, 그사이에 끼여 있는 논밭과 목장·과수원, 그리고 그 사이에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전통적인 농가 등으로 수 놓여진 푸른 공간으로 가꾸어져야 한다.
그러나 수도권을 비롯, 전국14개 지역에 걸쳐 고시된 우리나라 5천4백평방㎞의 「그린벨트」는 그 동안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해 한낱 「버려진 땅」으로 인식돼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모처럼 설정된 개발제한구역이 합리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한걸음 나아가서 불법 개간과 무허가 건물의 온상처럼 악용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토지 투기 행위의 대상이 되는 모순을 빚기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무엇보다도 「그린벨트」에 대한 규제가 지역 특성이나 주민들의 실정을 고려함이 없이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원인이 있다 할 수 있다.
서울 주변만 보더라도 자연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주위환경과 조화 있게 개발할 수 있는 곳이 많은데도 「그린벨트」를 무조건 「성역」시 함으로써 오히려 그 지역의 주거 환경을 저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더욱이 이제까지는 돼지를 키우던 주민이 돼지를 팔고 소를 기르기 위해 돼지우리를 외양간으로 바꾸는데도 5∼6가지 구비 서류를 첨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필요 이상의 불편을 주어 왔던 것이다.
때문에 「그린벨트」내 주민들은 웬만해서는 관계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지 않고는 생활 자체를 영위할 수 없게끔 행정이 경직화해 있었던 것이다.
여기다 「그린벨트」시책의 잦은 변경이 「그린벨트」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린벨트」 관리 규정은 지난 76년 3월과 금년 2월에 이어 이번에 또 개정됐다. 이 같은 잦은 변덕은 일선 행정 관계자까지도 법 절차에 대한 무지를 낳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벨트」에 대한 효율적 관리는 말할 것도 없고 주민들의 협조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린벨트」는 설정 목적에 어긋나지 않은 범위 안에서 개발 규정에 신축성을 두는 동시에 투기 행위나 위장 개발은 철저히 가려 규제하는 방법으로 운영의 묘를 기해야 만이 그 설정의 본뜻을 살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