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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리스|관광왕국…년 8억불 수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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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글·사진「아테네」=이근양 특파원】마치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나 불러가며 선유를 한 것 즐길 수 있는 곳쯤으로 생각하면 틀림없다.
푸르다못해 남빛에 가까운 「에게」해변에 자리잡은 3천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 돛단배나 통통배로 고기를 낚으며 역사의 현장만 서서히 소개하는 것으로 충분한 「그리스」야말로 세상에서도 찾기 힘든 상팔자인 듯 싶다.
서울에서 볼 때면 아득히 먼 나라인 것 같지만 실제「그리스」만큼 한국을 이해해주는 나라도 드물다.

<가장 강력한 반공국가>
「아테네」에서 약1시간반의 자동차 길을 달려 「코린트」지방의 「오린지」밭을 찾자「람타·루소스」라는 젊은 농장주는『삼촌이 6·25전쟁에 참여했다』면서 극진히도 반겨준다.
민주주의의 발상지답게 「그리스」는 「유럽」에서도 가장 강력한 반공국가, 여기에 6·25당시 우리를 지원해준바 있어 한국이라면 아직도 맹방으로서의 관심이 높다는 설명이다.
1만2천여 6·25 참전용사는 이제 60안팎의 노령으로 한국전당시 무용담이나 즐기지만 이들의 후손들은 사회 각계각층에 뻗쳐있어 우리로선 귀한 벗을 가진 셈이다.
때문에 포도주 한두 잔을 기울인 후의 「그리스」친구라면 『우리도 「키프로스」가 있어 휴전선을 가진 한국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 10년 지기처럼 대해주기 일쑤.

<소비성향 높은 농업국>
우리 나라는 이렇듯 친근미를 지닌 「그리스」에 비교적 뒤늦은 75년에 상설공관을 설치했지만 이보다 3∼4년 전부터 시작된 무역거래만은 지난해에 1천만 달러를 돌파, 활발한 교류관계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양국가이면서 선박은 물론 「볼펜」과 연필까지 수입해 쓰는「그리스」라 해서 무한대의 시장은 아니다.
품목에 따라서는 우리와 거의 비슷한 상품수준이며 그나마 시장이 좁은데다가 서독제나 일제만 찾는 소비자경향이 있어 문제-.
때문에 우리로선 동구무역의 중계지로서, 또는 봉제·어망 등의 합작투자로 교류의 폭을 넓히는 게 바람직하다.

<관광객 연 2백만명>
하지만「그리스」의 실제는 관광 그 자체에 있다.
「아테네」중심 언덕엔 「제우스」신전이 있고 「그리스」 한림원과 성「엘레프테리오스」교회는 지호지간, 그리고 유서 깊은 「올림피아」와 「스파르타」는 「아테네」로부터 자동차거리로 3시간에 불과-.
때문에 쏟아져 들어오다시피 하는 외국관광객만도 연간 2백만명이며 이들이 뿌리는 돈도 자그마치 8억2천만 달러, 현 주민보다도 관광객이 많구나 하는 생각도 무리 없이 떠오른다.
남빛의 바다가 있고, 가없이 펼쳐지는「오린지」밭이 있으며, 섬마다 각기 다른 민속의상과 무용이 있다.
일찍이 독일의 시인「휠데를린」이 「오린지」꽃이 만발한 땅이라고 일컬었듯이 가도가도 「오린지」며 「올리브」 숲-. 「카라만리스」정부가 구공시에 가입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파나고스」「아테네」상공회의소장이 한국에 농작물의 수입을 촉구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넘쳐흐르는 농산물의 처리를 위함이다.

<느긋한 동양적 성품>
바다가 있고 「오린지」꽃이 피는「그리스」이기 때문에 첫인상을 말한다면 아늑하다 고나 할까.
「코린트」식 주택사이로 「오린지」가로수가 줄지어있고 「그리스」정교 승려들이 검은 제복을 입은 채 들길을 거닌다.
사람들 또한 지리적으로 「유럽」에 속해 있으면서도 동양적 습성이 많아 더욱 구수하다.
성품이 이렇듯 느긋하니 「로마」나 「카이로」처럼 공항에서부터 「택시」를 타라거나 값싼「호텔」을 잡아 주겠다고 치근거리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그리스」의 실상은 좀더 복잡하다. 민주주의의 발상지이면서도 67년 이후 7년간이나 군정을 맛보아야했고 예산의 20%나 국방에 투입하는 등 서구의 다른 나라와는 여건이 다르다. 반공국이면서 사회주의자가 점차 늘며 「터키」와의 「키프로스」분쟁 때문에 「나토」의 군사위원회로부터 탈퇴하는 등 전도마저 다소 어둡다.
물론 개인소득이 2천4백50달러의 높은 수준에 중산층만 되어도 「에게」해안에 별장을 소유하고 있는 호화판, 여기에 「가발라」도엔 석유매장이 확인되어 있고 「드라크마」화 만해도 태국의「바트」만큼이나 안정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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