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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다음·카카오 합병 이후 … 정면대결 앞둔 대학·입사 동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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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해진(47)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김범수(48)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정면 대결을 벌인다. 김 의장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 합병 법인의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함께 NHN을 일군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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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2위 포털 업체인 다음과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카카오는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올 10월 통합법인 ‘다음카카오’를 출범한다고 26일 밝혔다. 시가총액 4조원에 달하는 코스닥 2위 규모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다음과 카카오는 당분간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부문부터 순차적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합병은 다음이 신주를 발행해 1대 1.55의 비율로 카카오 주식과 교환해 흡수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카카오의 우회상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합병이 완료되면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는 이재웅 전 다음 대표에서 지분의 22.23%를 갖게 되는 김 의장으로 바뀐다.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 지분까지 합치면 39.8%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26일 합병 법인 ‘다음카카오’의 출범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음 최세훈 대표(왼쪽)와 카카오 이석우 대표는 “합병을 통해 모바일과 IT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말했다. [뉴스1]

 사실 이 의장과 김 의장은 서울대 86학번 동기이자 삼성SDS 입사 동기, NHN 공동 창업자로 엮인 오랜 친구다. 2000년 이 의장의 네이버와 김 의장의 한게임이 NHN으로 합병한 뒤 둘은 한게임 유료화와 지식검색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포털업계를 평정한다. 그러나 김 의장은 2007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며 네이버를 떠난다. 그 사이 이 의장은 네이버를 국내 최고 인터넷 기업으로 만들었다. 김 의장도 2010년 ‘카카오톡’을 출시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여기까지가 둘의 우정어린 경쟁을 다룬 1부였다면, 이번 다음-카카오 합병은 거대한 전쟁을 예고하는 2부의 시작이다. 인터넷 포털과 모바일 플랫폼 등 양사의 사업 구조가 비슷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두 회사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하다.

 카카오가 다음과의 결합을 택한 것은 수익구조의 다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주력 수익사업인 게임 부문 매출은 정체되고, 다른 서비스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의 인터넷 검색, 웹툰, 카페, 디스플레이 광고 등을 활용하면 이런 걱정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가 갖고 있는 모바일 트래픽에 다음의 생활정보 콘텐트를 얹으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도 모바일 중심인 카카오 이용자를 확보하면 PC에서는 불가능했던 네이버라는 벽을 넘을 가능성이 생긴다는 계산이다.

 특히 김 의장은 포털 비즈니스의 단물·쓴물을 모두 맛보고 네이버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인물이기에 네이버가 독점하는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을 통한 뉴스 서비스가 시작된다면 모바일에선 네이버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포털 시장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을 상당 부분 잠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망에 따라 네이버는 이날 증시에서 전날보다 3.99% 하락한 74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네이버의 독주체제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내 검색 점유율 70% 이상을 확보한 시가총액 25조원가량의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체급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종원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주가 하락은 워낙 큰 뉴스가 터져나온 여파”라며 “네이버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장기적으로 큰 위협 요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민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사업 계획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며, ‘라인’ 상장 계획이나 상장 시기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카카오가 풀어야 할 최대 숙제는 해외시장 진출이다. 카카오톡은 국내 모바일SNS 시장에서는 독보적 1위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가입자가 1억4000만 명에 불과해 네이버 라인(4억2000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음도 해외 시장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내수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라인을 통해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이며 고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카카오가 해외에서 얼마나 시너지를 내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2대 주주이며 이번 합병을 승인한 중국 텐센트의 역할에도 주목된다. 텐센트는 PC용 메신저(QQ)와 게임이 주력이다. 이 관계자는 “텐센트 입장에선 메신저와 게임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자가 늘어나는 셈이라 다음카카오에 도움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IT업계에선 이번 합병을 환영했다. 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전략센터장은 “포털과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각각 장악하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젠 인터넷 전체를 무대로 라이벌 구도를 갖췄다”며 “이 의장과 김 의장이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용·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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