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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량 증가의 원천적 조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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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에는 모두가 이의를 달지않고 있으나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안정시킬 것이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의견이 나오지 않고 있다.
기획원 당국이 당분간 가격과 요금을 동결시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것이 지금 제시된 구체적인 시책의 전부라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러나 물가의 행정적인 단속이라는 것이 아무런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사태를 더욱 왜곡시키고 자원배분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물가정책은 경제의 본질적인 흐름을 바꾼다는 차원에서 다루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풀어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다.
지금 경제의 흐름은 정부·소비자(가계), 그리고 기업이라는 세 개의 경제주체 사이에서 근본적으로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있는 상황이다. 가계는 실질 구매력의 저하에 대항하기 위해서 환물심리에 들떠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저축의 가치보전과 불로이득을 동시에 노려 투기행위에 적극 참여하려 하고있다.
기업은 물가가 오르면 부채부담이 거뜬하게 가벼워지니까 정책적으로 명분있는 사업을 빙자해서 금융자금을 욕심껏 활용하려 들고 있다.
반면 정부는 중화학공업의 신속한 건설을 통한 수출신장과 고율성장을 시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차원에서 해외건설 진출을 무제한 지원하고자 한다.
이러한 일련의 경제주체의 생각은 다름아니라 통화량 증가의 본질적인 원인이므로 그러한 원인에 대한 정책적인 치료작업이 선행되지 않는 한 통화량 증가를 막을 길이 없는 것이다.
사리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지금 결과로써 나타나는 통화량과 물가를 직접 억누르려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가격과 요금의 동결이요, 국내여신의 억제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세개의 경제주체가 모두 원하는 자금을 억누르려해도 정부가 제한에 가까울이만큼 지원하고자 하는 부문에 대해서 필요한 자금은 나가야하는 것이므로 이를 방출하고 난 연후에 국내여신을 맞출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자명한 것이 아니겠는가.
내수산업·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억제 내지 회수압력이 가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의 이중구조화와 금융의 편중화를 본원적으로 촉진함으로써 자금의 편재화를 가속시킨다. 따라서 경기의 이원화까지도 파생시키는 근자의 경제동향은 저축의 주요공급원이라 할 가계와 중소기업 상인들의 저축능력을 근본적으로 억압함으로써 기업예금과 동대출의 양건현상만 촉진시키는 모순을 누적시키고 있다.
통화량의 지속적인 팽창과 투자 및 금융의 이원화는 물가와 투자의 악순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제수지의 역조현상을 불가피하게 파생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나서 사태를 수습하러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방법이라고 할수가 없다.
지금부터는 투자조절과 성장정책의 조정으로 통화량 증가의 원천을 조절함으로써 물가의 통화적인 요인을 제거해나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여수신금리를 조정함으로써 자금에 대한 가수요를 원천적으로 막는 한편, 부동자금의 투기비용을 인상시키는 동시에 부가가치세 실시로 어차피 개편되어야하는 물가체계를 억압만 할 것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정상화시켜 나가야한다.
이제 정책체계의 재구성이라는 차원에서 안정과 성장문제를 다뤄야할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정책당국은 솔직이 인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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