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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올챙이네" 아이 활력 넘쳐…"탄산 약수네" 아빠 위장 편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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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암약수까지 이어져 있는 산책로를 따라 부부가 걸어가고 있다. 2.시속 50㎞까지 달릴 수 있는 화암카트. 3. 미술마을에 그려진 희망계단 작품. 4. 화암동굴 내 금광 테마체험관. 사진= 김수정 기자

바위 깎아지른 비경에 취해 구름이 쉬어 가고 선인이 놀다 갔다는 ‘이곳’. 담벼락, 버스정류장, 발길 닿는 어귀마다 예술작품이 행락객을 맞는 미술마을이기도 한 ‘이곳’은 어딜까.

중앙일보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전국에 숨어 있는 힐링 명소를 발굴해 소개하는 ‘대한민국 힐링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쉼과 여유에 목마른 도시인을 위해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지역을 직접 탐방·선정해 제공하자는 취지다.

대한민국 힐링마을 2호는 강원도 정선군 화암(畵巖)마을. 삶의 쉼표, 힐링 콘텐트로 꽉 찬 화암마을의 진면모를 만끽하러 여덟 가족이 떠났다.

17~18일 이틀 동안의 팸투어(family tour)를 따라가본다.

화암계곡에서 아이들이 올챙이를 잡고 있다.

화암약수로 씻고 계곡에서 마음 치유

마을을 가로지르며 유유히 흐르는 화암계곡, 그 옆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화암약수’가 나온다, 화암마을 팸투어의 첫 번째 힐링은 ‘물’이다.

“아빠 왕올챙이 있어요! 와 저기 개구리도 있다!”(김호영·5)

“이건 장구벌레라는 거야, 나중에 커서 잠자리가 돼.”(김성준·38)

다섯 살배기 호영이가 고사리손을 쭉 뻗어 바위를 뒤적이자 올챙이 떼가 우르르 쏟아진다. 손으로 연신 물장구를 치고, 꺄르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아빠가 “그만 가자”고 해도 “올챙이 더 잡겠다”고 조른다. 계곡에 가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심신이 안정된다. 피로가 풀리고, 지끈지끈한 두통이 사라진다. 계곡은 공기 중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음이온의 보고다. 음이온은 빛·공기가 물분자와 만나면서 만들어져 계곡·폭포 주변에 많다. 신진대사를 촉진해 활력을 끌어올리고, 항진된 교감신경을 안정시킨다. 뇌에서는 걱정·긴장을 완화시켜주는 알파(α)파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정선군 문화관광과 조성윤 주무관은 “화암마을을 가로지르는 계곡을 따라가면 선녀폭포·영천폭포가 이어져 있다. 음이온을 온몸으로 마실 수 있는 계곡 트레킹은 숨어 있는 힐링 코스”라고 귀띔했다. “물을 길러 약수터까지 뛰어갔다 오는 산책길이 인상 깊어요. 계곡물에 손발을 담글 수 있어 상쾌했거든요.” 행사에 참가한 백정아(43)씨가 말을 거든다.

계곡에서부터 화암약수를 향해 난 산책로를 따라 올라갔다.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휘감은 숲길을 걷다 보면 화암 제1의 비경으로 꼽히는 ‘화암약수’에 다다른다. 철분·칼슘·탄산 이온을 비롯해 아홉 가지 필수 원소가 녹아 있다. 위장을 편안하게 하고 피부를 부드럽게 하며, 빈혈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성윤 주무관은 “풍부한 철분·탄산 성분 덕에 약수를 부어 밥을 지으면 찰기가 있는 것처럼 윤기가 돌고, 백숙을 끓이면 육질이 연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화암약수 옆에 위치한 캠핑캐러밴의 주방과 욕실에서 나오는 물은 일반 수돗물이 아닌 약수다. 박순욱(32)씨는 “마치 온천에서 목욕을 한 것처럼 피부가 보들보들해지고 매끈해졌다. 벌레 물렸던 부위의 가려움도 없어졌다”고 감탄했다.

화암약수의 빼어난 절경 가운데 자리한 캠핑캐러밴에서는 자연의 운치를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바람을 느끼고, 새소리와 물소리에 취해 자연과 가까워진다. 녹음 짙은 나무는 그늘을 만든다.

“피톤치드가 듬뿍 함유된 맑고 청정한 공기를 마시면서 캐러밴 주변을 거닐었어요. 도시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박영각·64)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바비큐를 굽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잠에서 깼어요. 밤에 한 번도 깨지 않고 깊은 잠을 잔 건 오랜만이에요.”(문재식·35)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선완 교수는 “숲에 들어가 나무를 보고 물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캠핑 같은 여가활동으로 자연과 함께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줄고, 심신이 이완돼 정서적 교감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바람소리·새소리뿐 아니라 초록빛 경관·향기·햇빛·공기·습도가 통합적으로 작용하면 인체 면역력을 높인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유리화 박사는 “숲에서는 면역력을 높이는 NK(자연살해)세포가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고려대병원 통합의학센터 이성재 교수팀은 지난해 1월 병원 치료가 끝난 유방암 환자를 2주일간 숲 속에 머물게 한 후 NK세포의 변화를 살펴봤다. 그 결과, 혈액 속 NK세포 수가 319에서 445이상으로 30% 이상 늘어났다. 이런 효과는 환자가 숲을 떠난 뒤에도 2주간 지속됐다.

미술마을·화암동굴·카트장, 체험거리 가득

“여러분, 툭 튀어나온 곳 잘 보세요. 뭐가 보이죠? 헤엄치는 돌거북이에요. 저기 숨어 있는 건 뭘까요?” “공룡요, 공룡! 우와 진짜 신기하다. 괴물같이 생겼어.”

문화관광해설사와 아이들의 숨은 그림 찾기가 한창인 이곳은 ‘화암동굴’. 화암동굴은 오묘한 자연의 이치로 탄생한 천연동굴과 사람이 만들어 낸 금광 갱도가 이어져 있다. 아이들은 눈을 크게 뜨고 금맥이 있던 자리에 촘촘히 박힌 금 조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찾아본다. 화암동굴은 물이 흐르고 지형이 바뀌는 살아 있는 동굴이다. 운이 좋으면 동굴에 서식하는 박쥐도 만나볼 수 있다.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얘기들이었어요. 해설사 선생님이 동굴 속에서 여러 동물 모양 바위를 찾아 줬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정다연·11)

“화암동굴에 금광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천연동굴은 언제 봐도 멋지고 신비롭네요. 세월을 담아낸 자연의 아름다움이 느껴져요.” (백정아·42)

화암동굴 탐험을 마치고 차로 5분을 달리면 미술마을에 이른다. 그림 같은 바위들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 예부터 그림바위마을이라고 불리는 화암 1·2리다. 지난해 진행한 마을미술 프로젝트로 온 동네에 예술적 운치가 흐른다. 처마 밑에 붙어 있는 두꺼비집은 네모난 거북이가 돼 담벼락을 여행한다. 돌담에는 자갈로 마을지도를 그려 넣었다. 한때 흉물로 전락했던 녹슨 종탑은 황금담쟁이로 엮여 금 채굴로 번성했던 마을의 역사를 담았다.

한양대학교대학원 미술치료학과 장명옥 교수는 “일상에서 한걸음 떨어져 색색의 조형물과 미술작품으로 정서적인 자극을 받는 것만으로 심리적 안정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간결한 색채와 주제로 드넓은 공간에 표현한 거리의 미술작품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인 힐링 요소”라고 말했다.

“캠핑장 시설이 좋아도 주변에 볼거리가 없는 데가 많은데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미술마을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작품이 마을 곳곳에 무리 없이 어우러져 인상 깊네요”(강은미·35)

가족여행에 묘미를 더하는 것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즐길 거리. 화암마을의 카트장은 잔잔한 힐링에서 잠시 벗어나 짜릿한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이색 체험이다. 시속 50㎞까지 속도를 내는 카트를 타고 트랙을 누빈다. 여기저기서 한껏 기분이 좋아진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아이들이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며 “재밌다”를 연발하고 활짝 웃어 보인다.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요. 레이싱이 이런 기분이에요? 제가 키가 작아 페달에 발이 안 닿아서 엄마랑 같이 탔는데 정말 재밌어요!”(손석희·11)

미술마을을 중심으로 반경 2㎞ 내에 화암동굴과 캠핑캐러밴, 화암약수, 화암카트가 조성돼 있다. 정선군 화암마을의 여행정보를 자세히 알고 싶으면 정선군종합관광안내소(콜센터 1544-9053)에 문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추천여행지와 교통안내, 레포츠와 축제·행사 등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을 안내한다.

정선=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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