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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겨도 벗겨도 끝이 없는…인삼의 신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모택동과「키신저」도 복용했고 중공군과 월맹군 배낭의 필수품이기도 했던 인삼은 질병의 예방과 치료, 병 후 회복, 노인병 분야에서 앞으로 크게 각광을 받을 것이다.』
영국의 과학시사주간지「뉴·사이언티스트」에 실린 논문『인삼-무용한 뿌리냐 묘약이냐』에서「스티븐·필더」박사(영「첼지」대학 교수)는 이렇게 인삼예찬론을 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삼은 과학적인 대상이기보다는 막연히 젊음을 되찾아 주고 정력을 증강시켜 주는「신비의 묘약」정도로 인정을 받았었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인삼관계 논문이 전세계적으로 자그마치 1천3백여 편에 이르고 이 가운데 3백여 편은 우리나라 학자들의 업적이다. 인삼의 약효와 유효성분에 관한 연구는 전세계적인 학문으로 확대된 것이다.
『따라서 인삼의 과학성이나 유효성을 놓고 시비를 거는 학자는 없습니다. 학계에서 앞으로는 인삼에서 새로운 약효를 발견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고까지 극언할 정도니까요』우린근 박사(서울대 생약연구소 교수)의 말이다.
인삼의 효능에서 만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회춘·강정작용이다. 과연 인삼이 낡고 병든 세포를 재생, 수복시켜 젊게 만들어 주는가. 그리고「섹스」기능을 증강시키는가.
『노화를 방지하는 것만은 틀림없어요. 인삼에서「페놀」계 항 산화 물질을 발견해 냈는데 이것이 세포의 노화를 막고 간 기능 방어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회춘은 몰라도 노화방지에 있어서 인삼의 효능은 틀림없다고 한병열 박사(서울대 생약 연 교수)는 말한다.
인삼의「스태미너」증강효능은「스위스」「카룰·H·뤄케르트」박사가 입증한 바 있다. 그는 4백50마리의 흰쥐에 대해 수영능력을 측정하는 약리 시험을 실시한 결과 한국산 인삼 추출 액을 투여한 흰쥐의 수영성적이 현저히 증가하는 사실을 관찰했다.
『인삼의 항 암 작용도 밝혀졌습니다. 이제까지 항 암 물질로 생각해 왔던 인삼의「사포닌」성분과는 전혀 다른 지용성 추출물을 육종과 자궁암에 걸린 흰쥐에 줬더니 암세포가 99·9%까지 사멸되지 않겠어요.』
황우익 박사(고대 의대교수)는 미「브라운」대의 차승만 박사와 공동연구 끝에 인삼에서 항암 작용을 발휘하는 지용성 물질의 화학구조식을 구명해 냈다는 것이다.
이밖에 강심 작용(김낙두 교수·서울대 약대), 항 피로·항「스트레스」작용 및 학습능력향상효능(홍사악 교수·서울대 의대), 효소활성영향(주충노 교수·연세대), 간 기능 회복작용 (임중기 교수·성균관대), 혈압상승작용(손의석 교수·한양대 의대부속 병원장)등 우리나라에서 밝혀진 인삼의 효능만도 굉장하다.
그러면 인삼의 어떠한 성분들이 이 같은 약효를 발휘하는가.『우리나라 인삼연구에서 가장 맹점이 바로 유효성분에 대한 연구입니다. 이 분야에 대한 선도적인 업적은 주로 일본의 「시바마」교수와 미국의「스타바」교수, 그리고 소련의「에르야크므」교수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13종의 인삼 배당 체(사포닌)와 대개 11가지로 분류되는 기타성분이 밝혀졌다는 한덕룡 박사(중앙대약대 교수)의 말이다.
그러나『인삼의 효능은 보 오장하고 안정 정신하며 지경 계하고 제사기하여 자명할 뿐 아니라 심개, 익지, 경신연년 한다』는「신농본초경」의 인삼예찬론을 완벽하게 입증할 만한 유효성분이 모두 밝혀졌다고 어느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쥐에게 인삼을 먹여 보았다. 놀랄 정도로 발정이 촉진되지 않은가. 인삼을 먹은 수컷 쥐는 쉴새 없이 암컷 꽁무니를 따라 다니니 말이다』고 외친 일본의「야마마·아끼에」박사를 만족시킬 만한 유효성분은 구명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인삼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인삼의 경작과 제제 화 연구.『15∼20년간의 연작불능기간을 어떻게 단축하느냐, 무서운 적부 병의 방제·속성재배·품종개량 등 이 최대 과제입니다.』
이종화씨(전매청기술연구소인 삼경 작 연구실장)는 현재 전매청기술연구소에서 1백50여 종의 계통별 분리육종실험을 진행중 임을 밝히고 7, 8년 후「새로운 인삼」의 출현을 다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인삼제품은 20여 종. 오는 4월1일 신설되는 고려인삼연구소는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진행된 인삼연구를 조직화해서 인삼의 신비를 완전히 벗기겠다고 발표한바 있어 기대가 자못 크다. <김영치·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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