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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아시아인에 의한, 아시아인을 위한 제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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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마틴 트리코드
HSBC은행 행장

아시아의 기적적인 경제발전의 첫 단계는 주로 첨단기술 제품 생산을 통해 이루어졌다. 1980년부터 수천만 대의 스마트폰, 평면TV, 컴퓨터 등이 아시아 생산라인으로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지금 커다란 변화의 정점에 서 있다. 제품 및 생산 과정에 도입한 첨단기술이 가져올 새로운 변화 덕분에 지난 30여 년간 이룬 것보다 훨씬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무역 및 소비 패턴도 크게 바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물류회사 UPS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2016년에는 하이테크 업체의 무역로 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 역내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스템은 변곡점에 있다. 아시아 인구 대다수의 가처분소득이 생필품 구매를 넘어 하이테크 제품 구매 등 욕구충족을 위한 소비를 하기에 충분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초적인 것은 소득 및 부의 증가다. 중국을 예로 들면, 지난 10년간 총급여는 연 15%씩 상승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총급여가 상승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새로운 구매층이 양산되었고, 이들이 제일 먼저 구매하는 것이 주로 바로 자신들이 조립하는 하이테크 제품인 것이다. HSBC 는 전 세계 시청각, 사진 및 컴퓨터 기기 소비자 중 신흥 시장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24%에서 2050년에는 5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시아 제조업체들은 예전보다 더 능숙하게 아시아의 새로운 수요층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아시아의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은 2011년 4900억 달러를 기록하며, 글로벌 전체 R&D 투자액의 3분의 1을 웃돌았다. 이는 2001년 4분의 1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HSBC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R&D 투자비용은 201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3.7%에 이르는 등 한국이 이 같은 추세를 이끌고 있다.

 R&D 투자 중 일부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에 투입되며, 이러한 추세 때문에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다. 제품 연구도 R&D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기술집약적인 국가들은 R&D 투자 확대를 통해 수입부품 의존도를 낮추고, 궁극적으로 자국 내에서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이 이를 증명하는 좋은 예다. 한국은 R&D 강화 노력을 통해 고부가가치 부품과 최첨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1950년대 미국은 임금인상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이를 통해 다시 임금, 투자 및 생산성이 향상되는 선순환 고리를 경험했다. 우리는 지금 아시아에서 이 같은 선순환 고리의 재현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2050년까지 중국의 평균임금은 7배, 인도는 6배, 필리핀은 9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개국만 예를 들자면 말이다.

 아시아 무역 흐름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부분은 아시아 내에서 디자인과 조립 과정을 거친 후 아시아인들에게 판매되는 제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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