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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비 부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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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모든게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하지인 6월21일을 영국사람들은 1년 중에 가장 긴 날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파리」의 시민들은 이날을 가장 밤이 짧은 날이라 여긴다.
같은 반병 짜리라도 물이 아직 반이나 남았다고 보는 것과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올해에 우리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 증가액이 4백20억원이나 된다는 것도 비슷한 얘기다.
불과 이틀동안에 주택은행에 몰린 「아파트」청약예금이 5백억원이 넘었다. 그만큼 돈이 흔해진 것이다. 더우기 일반 물가는 30%이상이나 올랐다. 여기 비기면 각급 학교의 등록금은 많아야 18%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다른 눈으로 보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총 교육비 중의 부형 부담분이 67년엔 63%였다. 이게 73년의 65%선을 넘어 이제는 70%쯤으로 늘어났다.
미국의 경우는 총 교육비중의 4분의 1만을 학생이 부담한다. 나머지는 정부와 민간의 기부금으로 메워져 나간다.
아무리 부담이 크다 해도 감당할 수만 있으면 상관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생 한명을 키우자면 가계소득의 41%이상을 이에 쏟아야한다. 이게 큰일이다.
고교생 한 사람의 교육비만도 가계소득의 15%가 넘는다. 중학생은 10.7% 그러니까 대학생하나, 고교생하나, 중학생 한사람 등 이렇게 3명의 자녀의 교육비는 전체가계의 거의 70%를 차지하게 된다.
더욱 큰일이 있다. 사교육비의 증가율은 국민소득 증가율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미국에서도 지난 15년 동안에 1인당 교육비 지출이 79%나 늘어 난데 비겨 GNP는 34% 밖에 늘지 않았다. 이래서 특히 「대학재정의 위기」가 문제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학은 멀쩡한데 학부형의 허리가 휘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하긴 이것도 보기 나름일지 모른다. 그렇게 힘겨운 일이라면 대학 지원률에 변동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해마다 각급 학교진학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니까 한해 공납금 5천억이란 천문학적 숫자도 별것 아니잖겠느냐는 말도 나올만 한다.
문제는 학생들의 등록금 이외에는 수입원이 거의 없는 이 나라의 교육 재정 형편에 있다. 그러니까 분납제도 없고, 충분한 장학제도 없다.
구조적으로 가난한 학부모를 울리게 하는 것이다. 이것만은 어떻게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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