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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군 방첩대 과잉충성|국방상 여비서 집까지 도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기독교 사회동맹(기사당)의 「슈트라우스」당수에 대한 도청사건으로 소용돌이에 빠진 서독정가는 국방성직원에 대한 도청 사건이 뒤따라 터져 3일 국방상이 사임하는 등 파란을 일으켰다.
최근주간지「크비크」의 폭로로 전국을 들뜨게 한 이 사건은 연방수사국이 정치인을 사찰 했을지도 모른다는「슈트라우스」사건과는 달리 군 방첩대가 국방성직원을 도청했다는 것이 특색이다.
도청자체는 74년4월4일부터 21일까지에 일어난 케케묵은 사건으로 군 방첩대가 「게오르크·레버」국방상의 제2여비서인 「힐데게르트·홀츠」의「아파트」에 도청장치를 해놓고 수사를 폈다는 것이다.
군 방첩대는 전화국직원을 가장, 집주인으로부터 열쇠를 빌어 「홀츠」의 「아파트」에 들어갔으며 TV에 소형도청장치를 설치해 놓은 다음 이웃집에 또 다른「아파트」를 얻어 대화내용을 녹음할 수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간첩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던 「홀츠」는 그 후에도 비서직을 계속-.
그런데 문제는 「레버」국방상이 지난 3월11일에 당시 방첩대강인 「셰러」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음에도 그후 정부와 연방 의합에 대해 쉬쉬한 점-. 법적으로 정부와 의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쉬쉬했기 때문에 「레버」국방상이 궁지에 몰린 것.
「레버」국방상 등 여당은 마침 예산심의 중 연방의회에서 혹독한 비난을 받아 궁지에 몰리자 지난달 26일 도청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조사첫날인 29일부터 「홀츠」사건 이외에도 적어도 4∼5건의 다른 도청사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레버」국방상은 지난번 「루체」간첩사건이래 이래저래 진퇴유곡이 됐다.
야당은 물론 보고조차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여당으로부터 마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레버」국방상은 사건이래 핵심문제라면 계속침묵, 때문에 아무리 잘 봐 준다해도 『뻔한 일을 보고하려 하지 않은 것 뿐』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앞으로 조사위원회의 활동 여하에 관계없이 연방국방상이자 연방군 최고사령관인 「레버」는 몸둘 바가 없게됐다. 72년「슈미트」현 수상의 뒤를 이어 취임한 후 장래에 대통령자리까지 호시탐탐 노려왔던 「레버」로서는 도청장치 사건 때문에 일대 치명타를 맞은 셈이다. 【본=이근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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