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구하기…시장에선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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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신용카드사들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두 4조6천억원 규모의 증자(후순위채 발행 포함)에 나서게 된다.

또 오는 6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17조5천억원 규모의 카드사 회사채와 CP(기업어음) 중 투신사 보유분 5조원을 제외한 12조5천억원어치가 일괄 만기 연장된다.

은행.보험 등 금융회사들은 5조원의 자금을 모아 투신사 펀드에 들어 있는 카드채를 사들인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한국은행은 3일 김광림 재경부 차관 주재로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관계기사 e3면>

정부는 마비상태에 빠진 채권시장을 살리기 위해선 카드사 대주주들의 자구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당초 2조원으로 계획했던 카드사의 증자 규모를 4조6천억원으로 늘리도록 했다.

이 중 2조1천억원은 6월 말까지 마무리된다.

카드사별 증자 규모는 ▶국민 1조5백억원▶LG 1조원▶삼성 1조원▶현대 4천6백억원▶우리 4천억원▶외환 2천4백억원▶신한 2천억원▶롯데 2천억원 등이다.

은행.보험.증권사와 연기금은 유동성 위기에 몰린 카드사를 돕기 위해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CP 포함)를 모두 만기연장(차환발행)해주게 된다.

만기 연장은 일단 6월 말까지 시행하되,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하반기에도 계속 연장할 예정이다. 현재 카드채의 발행 잔액은 총 89조원에 달한다.

은행.보험.증권사는 이와 별도로 5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투신사들이 보유 중인 카드채를 매입해준다. 이는 오는 6월 말까지 만기를 맞는 10조4천억원의 투신사 보유 카드채 중 절반 규모로, 나머지 절반은 역시 만기연장된다.

금감위의 김석동 감독정책1국장은 "5조원의 기금은 사전 논의를 거친 만큼 곧바로 조성돼 투신권에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金국장은 "이번 조치를 통해 카드사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면 금융시장은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며 "정부는 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경우에 대비한 제2, 제3의 대책도 구상 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동양증권의 김병철 채권팀장은 "이번 대책은 사실상 카드사의 채무상환을 3개월간 유예하는 워크아웃과 같다"며 "카드사 대주주들이 과연 증자 약속을 지킬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자 이행과 함께 카드대출의 연체율이 떨어지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카드채는 시장에서 돌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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